⌜호국보훈의 달⌟에 생각하는

베츠의 한반도 취약점 분석과 맥아더의 용기

장 호 근

예) 공군 소장, 정치학 박사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이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한반도에서 일어난 민족 상쟁의 비극 625전쟁이다.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발발한 이 비극은 70년이 다 지났는데도 휴전상태로 남아있고,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는 아직도 우리의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러한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한미는 연례적으로 연합훈련을 해오고 있다. 올해도 지난 3월에 연합지휘소 훈련을 했다. 이번 훈련은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여 참가규모를 최소화했다. 그리고 여러 이유로 야외 기동훈련이 이뤄진 시기는 2018년 4월 독수리훈련이 마지막이었고, 이후 예하 부대의 기동훈련은 대대급 이하로 규모가 간소화됐다. 그러나 군에서는 대비태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을 하고 있어 유감이다.

이처럼 한미 연합훈련을 컴퓨터 시물레이션으로만 하는 상황에서 행정안전부가 ‘전시 총동원에 대비한 실제 민관군 합동 훈련이 필요하다’라는 뜻을 군 당국에 전달했으며, 미국 측에서도 “연합훈련이 컴퓨터 게임이 돼가는 건 곤란하다”라고 하면서 한국군 당국의 훈련의지가 부족하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한 바도 있었다.

이러한 연합지휘소 훈련이 끝나고 며칠 지나지도 않아, 같은 달 3월에 북한은 서해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탄도미사일도 동해로 발사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러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특히 이 미사일은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무기로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과 한국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려는 일종의 경고 도발이라고 언론은 평가했다. 이는 분명히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는 유엔 결의 위반이었다.

우리 정부의 반응은 애매했지만, 북한의 의도는 뻔했다. 미국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이 확정되기 전에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대북제재 완화 같은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전술이 분명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위협을 재래식 무기로 맞서야 함에도 평시에 훈련도 제대로 못 하는 군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부터 약 40여 년 전인 1982년 미국의 정보학자 베츠(Richard K. Betts)는 전 세계 전쟁 위협지역을 분석한 그의 저서 “기습(Surprise Attack)”에서 한국의 안보의 취약점을 다음 두 가지로 요약했다. 그것은 첫째, 북한의 빈번한 대남 도발과 위협으로 북한이 ‘늑대와 소년의 현상(cry-wolf syndrom

e)’이 구축된 점, 둘째, 방어의 중심이 짧아 유럽의 위험지역과 비교해서 ‘기습에 대한 경고시간’이 짧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불변 요소인 지리적인 취약점은 제외하고 거의 40년이 지난 현재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정권이 몇 번 바뀐 후 이제 한국 사회에는 “북한이 설마 남한을 공격하겠나?”하는 등 북한의 위협에 대한 감각조차 사라져버린 ’소망적 사고(wish

ful thinking)’가 만연한 상항으로 변해버렸다. 따라서 이런 ‘안보 불감증’이 또다시 요인이 되어 625전쟁 때처럼 북한의 오판을 다시 일으키지는 않을까 하는 매우 심각한 우려를 하게 한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화된 한반도 안보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따라서 ⌜호국보훈의 달⌟을 맞으면서도 이러한 안보 불감증을 우려한다는 것이 하찮은 일로 여겨질 수 있는 요즈음이다. 그러나 북한은 1인 독재체제이다. 김정은이 결심한다면 어떤 도발과 만행도 가능하다. 이러한 위협에 군의 지휘관들은 항상 대비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맥아더 장군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맥아더는 미국 아칸소 주의 한 병영에서 태어났다. 군인이었던 그의 부친 아서 맥아더는 미 육군 장교로 미서전쟁에도 참전했고 필리핀 군정총독 등을 지낸 후 중장으로 전역했다. 맥아더 부친은 참모총장이 되기를 원했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이루지 못했다. 군인의 가정에서 부친의 강한 영향을 받고 자란 맥아더는 부친이 이루지 목한 참모총장이 되기를 원했다. 드디어 1930년 11월 맥아더는 미국 역사상 18번째로 4성 장군에 진급하면서 육군참모총장이 되었다. 이 시기에 미국 사회는 어느 때보다도 평화주의가 팽배했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와 함께 1929년 불어 닥친 대공황의 여파로 미국의 국방 예산도 점차 줄어들었다. 하지만 군부의 이익을 대변해야 했던 육군참모총장으로서 맥아더는 군비축소에 가장 강력한 반대자가 되었다.

당시 민주당의 루즈벨트 행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사회민주적 성격이 강했다. 그래서 사회주의와 평등주의에 정책의 방향이 집중되었다. 이것이 뉴딜정책이었다. 맥아더는 뉴딜정책이 천명되기 시작될 때부터 이에 대한 강한 반감을 품고 있었다. 뉴딜정책의 방향이 군비를 삭감하고, 복지예산의 증액으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육군의 최고 책임자로서 맥아더는 군비축소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렇게 루스벨트 정권에 대한 반감으로 맥아더는 1935년 12월 참모총장직에서 해임되었고, 계급 역시 대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되었다. (그 후에 일본의 공격이 예상되자 루스벨트 대통령은 1941년 5월 미군과 필리핀군으로 구성된 미 극동육군사령관에 맥아더 소장을 임명했다. 그리고 임명 다음 날 중장으로 12월에는 대장으로 진급시켰다. 그 후 원수로 진급은 1944년이었다)

맥아더가 정치적 목적에서 트루먼과 불화를 일으켜 625전쟁 중에 해임되기는 했지만, 정치가가 아닌 군인으로서 맥아더의 이러한 용기를 우리의 군사지휘관들도 배웠으면 한다. 맥아더와 같이 직을 걸 수 있는 지휘관이 과연 우리에게도 있을까? 있다면 몇이나 있을까? 그리고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40여 년 전 베츠가 지적한 우리의 취약점인 ‘늑대와 소년 현상’ 그리고 우리 사회에 이미 만연된 ‘소망적사고’를 생각하면서, 지금 우리 군의 안보 의식도 점점 해이해져 가고 있지 않은지 의문을 안 가질 수가 없다.

헌법(5조 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에 현재 우리 군의 대비태세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서도 조국 수호의 영령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