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적 정치경제 제도 욕보이지 말라
 
  몇 해 전 봄에 미국 버지니아 주의 제임스타운을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영국이 최초로 미국에 세운 성공한 식민지로서 1607년 5월14일에 세웠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은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그 당시 1백여 명을 태우고 온 3척의 배를 실물 그대로 원형 복원하고 개척 당시에 살았던 집과 생활상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최초의 미국인은 영국의 박해를 피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청교도들이라고 알고 있었으나 여기 와서 보니 정작 청교도가 온 것은 1620년경이고 제임스타운에 온 사람들은 식민지 개척을 목적으로 세운 버지니아라는 회사가 모집한 인원이었고, 이들이 최초로 정착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최초로 성공했다는 것은 그동안 수없이 많은 실패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만큼 이 지역이 식민지를 개척하기 힘 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와 반대로 맥시코나 페루의 왕국을 점령한 스페인은 이들로부터 엄청난 부(富)를 착취할 수 있을 만큼 그 땅들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습니다. 이들 개척자들이 굶어죽고 얼어 죽고 하면서 1년에 생존율이 40% 밖에 되지 못한 힘든 땅에서 이들이 이룩한 미국은 이제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가 되었습니다. 반면 스페인에게 엄청난 부(富)를 제공할 만큼 잘 살았던 남미(南美)국가들은 왜 이만큼 잘 살지를 못할까요?
  또한 동일한 역사적 배경과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남한과 북한은 나누어진지 겨우 70여년 만에 국민 1인당 GNP가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라는 책을 쓴 경제학자 및 정치학자인 두 명의 미국인 저자(著者)는 그 이유를 ‘포용적(Inclusive) 정치 경제제도와 착취적 정치 경제제도의 차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말이야 쉽지만 포용적 정치 경제제도의 확보란 피와 땀이 들여져서 만들어진 것이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근자에 우리나라의 돌아가는 사태를 보면, 헌법에서 자유 민주주의 이념을 수정하겠다는 등 이상한 소문들이 돌고 있는데, 이는 우리 선조와 선배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를 욕보이는 것이 될 것입니다.
 
 

정 택 수
국방전우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