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를 모르는 무적의 군인

  오늘은 채명신 장군님이 하늘나라로 가신지 7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전장에서 늘 장병들과 함께한 영원한 사령관님은 그가 사랑하던 파월 병사들 곁에 고이 잠들어 계십니다. 전우와 생사고락을 같이 하겠다는 약속을 죽어서도 끝끝내 지켜내는 정신 위에 오늘 우리 대한민국이 서 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시대의 영웅으로, 시대의 거인으로, 시대의 참군인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채 장군님을 저희 후배들은 흠모하고 존경합니다. 오늘 우리 모두가 이 자리에 함께 한 까닭은 채 장군님의 넋을 기리고 아울러 생전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우리가 배우고 익혀야 할 ‘채명신 정신’을 되새기고 계승하기 위함입니다. 저는 채 장군님을 직접 모시고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생도시절에 채 장군님으로부터 직접 전투경험담을 통해서 ‘진정한 부하사랑’과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민심을 얻어야 한다’는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군 생활을 했었고, 존경해 왔습니다. 또한 제가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시절에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특별강연에 채 장군님을 초청하였는데, 고령이신데도 불구하고 흔쾌히 승낙하시고 ‘베트남 전쟁과 교훈’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베트남전쟁 참전용사들과 관련자들, 그리고 일반시민과 여성들도 참가하여 채 장군님의 말씀을 경청하면서 깊은 감동을 받고 많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강연이 끝난 다음에는 서로 사령관님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던 모습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하시던 국민영웅이자 정신적 지주이셨던 채명신 장군님의 모습이 그립 습니다.
  우리가 배우고 익혀서 계승해야 할 ‘채명신 정신’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봅니다. 먼저, 조국과 군을 위한 ‘위국헌신의 정신’입니다. 자기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셨고, 생각하는 전투 전문가이셨습니다. 그리고 전투하기 전에 치밀한 계획과 완벽한 준비 그리고 철저한 훈련으로 필승의 군대를 만들어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패배를 모르는 무적의 군인이셨습니다. 이러한 정신과 지혜를 배워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야 합니다.
  다음은 베트남전쟁에서 게릴라전의 본질인 ‘인민은 물이요, 게릴라는 물고기이다’에서 물과 물고기를 분리하면 성공할 수 있고, 분리에 실패하면 백년이 가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셨습니다. 베트콩들의 본거지인 빈딘성 퀴논 중부에 있는 평야지역인 고보이 지역은 베트콩들의 세금착취, 식량과 군사비 등을 조달하는 중요한 지역이었습니다. 이 지역의 주민들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고 주민과 게릴라들을 분리시키는데 성공하였으며 베트콩 점령지역을 한국군 통제지역으로 점차 평정해갔습니다. 이러한 고보이 에서의 한국군의 전략은 뚜렷한 성과로 나타났고, 이 무렵 1966년 5월29일자 ‘런던 타임스’ 기사에서 ‘미군이 한국군의 고보이 전략을 배웠거나 또는 한국군이 월남전을 전담했더라면 손쉽게 끝났을 것이다’라는 극찬 기사로 한국군의 위상 제고는 물론 신뢰가 매우 높아졌습니다. 또한 ‘두코 전투’와 ‘짜빈동 전투’의 놀라운 결과는 전 세계 언론에 보도되었고, 미군들은 채명신 장군을 ‘군신(軍神)’이라 부르며, 한국군에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채 사령관님의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시는 혜안과 통찰력의 결과였습니다.
  세 번째는 탁월한 리더십의 발휘입니다. 훌륭한 인성과 뛰어난 창의력으로 업무를 지도•감독•확인 했습니다. 채 장군은 “전장 터에서는 네가 살아야 내가 살고, 내가 살아야 너도 산다”는 전우애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면서 부하보시기를 친자식처럼 대하셨습니다. 또한 부하들로부터 능력과 인격에 대한 높은 신뢰로 상하가 하나 되어, 싸우면 반드시 승리할 수밖에 없는 리더십의 진수(眞髓)를 보여 주셨습니다. ㅎ배들도 이러한 리더십 정신으로 부대를 지휘한다면 싸우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채 장군님은 다음과 같은 월남전의 교훈을 강조하셨습니다. 월남은 국민의 존경을 받는 지도자가 없었고, 스스로 자기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위지가 국민이나 군인들에게 없었으며, 군은 군기가 문란하고 전투력이 없었습니다. 또한 정부나 군 고위층의 부패가 심각해서, 이런 나라는 외국에서 도와줘도 결코 적과 싸워 이길 수가 없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이러한 약점을 이용한 공산주의자들의 선전과 선동, 그리고 심리전에 망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월남은 지도에서 사라졌습니다. 베트남전의 교훈을 말씀하시면서 ‘한국이 월남과 같은 나라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채명신 장군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아울러 이러한 채명신 장군님의 정신은 반드시 후배들에게 계승되어야만 합니다. 그래야 나라도 살고 나도 살아남습니다.
  수많은 사선(死線)을 넘으셨단 ‘불사조(不死鳥)’, ‘베트남전의 전쟁영웅 채명신 장군’의 이야기를 젊은이들과 군 장병들이 배워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디딤돌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자유는 거저 얻어진 게 아니라 베트남전쟁 당시 채명신 장군님을 비롯한 주월 한국군 장병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큰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베트남전쟁의 이야기들은 국민들의 머릿속에서 잊혀 질 게 아니라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채명신 장군님의 안식을 다시 한 번 기원합니다. 아울러 뜻 깊은 자리를 준비하신 문정인 여사님을 비롯한 가족들,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베트남 참전 전우 여러분과 시민들, 그리고 이 행사 준비를 위해 수고하신 문동명 장군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2020년 11월 25일   선 영 제 (예)육군 중장
경영학박사, (전)전쟁기념사업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