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견을 처음 본 것은  청년장교시절인 1970년대 중반 공군 김해비행단에서다. 당시 기지전대에서 근무하고 있었는데 기지방어가 주 임무였다. 외부세력이 부대에 침투하여 부대원을 공격하거나 주요시설을 파괴하는 것을 막는 임무다. 특히 고가의 군용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기장 주변경계를 중요시하였다. 美공군부대에서 군견을 활용하여 기지방어 임무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 공군도 군견도입을 추진하였다. 군견인수팀이 미국에 가서 몇 개월 교육훈련을 받고 군견을 인수해 왔는데 잘 생긴 세파트 종이었다. 당시 고가의 장비인데다 영어로만 의사소통이 되는 귀하신 몸이었다. 군견담당 병사들도 영어만 알아듣는 군견 때문에 영어 잘하는 병사들을 주로 뽑았다. 경비병들이 이 군견을 끌고 군용기 주기장이나 활주로 외곽을 순찰하였다. 군견은 지능이 뛰어나고 충성심이 강하다. 시각•후각•청각이 뛰어나고 달리기를 잘하니까 병사들과 함께 근무하면 경계 경비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군견의 역사는 기원전까지 올라간다. 기원전 500년 페르시아 왕이 이집트 원정 중에 군견을 활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1차 세계대전부터는 군견을 제대로 교육시켜 경계 경비뿐만 아니라 수색임무와 통신 운송 등 다양한 작전에 투입하였다. 그 후 2차 세계대전에서는 군견의 활약상이 더 커졌고 체계적으로 군견부대(K-9)를 편성 운영하였다. 군견의 활약이 큰 성과를 내어 무공훈장을 받는 군견들까지 나타났다.
  세월이 흘러 군견의 세계에도 천지개벽 같은 변화가 생겼다. '로봇 군견'이 나타난 것이다. 미국 로봇개발업체 고스트 로보틱스가 개발한 ‘로봇 군견’들이 지난 10월 美공군 325전투비행단에서 美공군시설 지원센터 사령관인 톰 윌콕스 소장 등이 참관한 가운데 로봇 군견 근무시범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325전투비행단 보안부대장은 최근 디펜스블로그와 인터뷰하면서 이들 군견들이 병력이나 차량들이 가기에 적합지 않은 지역을 순찰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장인식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로봇 군견들은 미리 순찰경로가 입력되고 담당군인이 모니터하는데 기지방어 작전센터 안에서 가상현실 헬멧을 쓰고 이들을 움직이게 된다. 로봇 군견은 뛰고 달리고 웅크리거나 누울 수 있다. 최신 카메라와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 시각과 청각도 뛰어나다. 보고들은 것은 곧바로 담당병사에게 전달된다. 아쉬운 점은 후각이 없다는 것이다. ‘개 코’ 기능이 사라진 것은 아쉬운 점이다. 로봇 군견은 혼자서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고 군인들과 함께 작전을 펼칠 수도 있다. 로봇 군견이 출현하는 것을 보니 새삼 제4차 산업혁명이 급진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AI)이다. 이제 모든 장비나 기계에 인공지능을 넣을 수 있고 이 경우 놀라운 성능향상이 가능하다. 인간이 담당해온 모든 직업 앞에 인공지능을 붙이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 AI의사 AI판사 AI앵커 AI가수 AI화가 AI솔져...  앞으로 로봇 군견은 고도화된 AI기술이 탑재되면서 더 막강해질 것이다. 이제는 인간과 AI가 협업하며 살아가는 '지능 혁명시대' 가 다가오고 있다.
  현재 우리 군도 스마트국방 스마트병영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방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힘을 합쳐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을 스마트시범부대로 선정하고 부대 운용 전반을  환골탈태시켰다. 부대 작전이나 지원업무가 모두 스마트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필자도 몇 개월전 공개시범행사에 초청받아 현황을 직접보고 들을 수 있었는데 각종 스마트기술과 장비의 운용 시범을 보면서 감탄하였다. 정부는 앞으로 육해공군해병대 모든 부대로 스마트부대 운용체계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 美공군부대의 로봇 군견 출현을 보면서 다시 깨닫는 게 있다. 대한민국 국방안보 력은 스마트국방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스마트기술과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장병들의 교육훈련체계부터 스마트 형으로 혁신시켜야 할 것이다.
 
 

 
윤 은 기
국방전우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