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선일기/55년 전 그때 이야기

푸캇, 전투 중에 쓴 일기장

이재택 중대장과 전우를 지킨 통신병

정 인 환

맹호 재구대대 11중대 통신대

■이해를 돕는 당시 상황

맹호 1연대 11중대는 푸캇산 자락에 월남전 한국군의 최북단에 위치한 최전방 부대이며 베트콩 2개 사단 병력이 푸캇산 일대를 공산화하고 있는 지역이다. 주민을 위협하여 돈을 빼앗아가고, 농사를 방해하고, 양민학살과 만행이 자행되어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재구대대 11중대가 작전하였으며, 1966년 6월 맹호 5호 작전(일명 추수작전)의 전초전이 된 곳이다.

맹호 재구대대 11중대 이재태 중대장님은 1966년 3월, 11중대 중대 작전 시 옆구리 관통 늑골이 떨어져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헬기 도착 후 다른 부상병을 먼저 후송시키고 전 중대를 안전지대로 이동시켜 안전확인 후 후송되셨으며, 치료 후 다시 재구 11중대로 복귀하시어 많은 전공을 세우신 분으로 유명하다.

■ 일기장 1966년 2월5

우리들은 이른 저녁을 끝내고 출전 준비에 비빴다.

“야, 각 소대 인원 장비 및 탄약 상태 이상 없나?”

벌써 준비를 끝내고 나오신 중대장님의 말씀이었다.

“음! 그럼 됐어, 다들 출발하자.”

“네, 제 1소대 출발, 제2 소대 출발 …”

각 소대장 인솔하에 병력들은 행군 중대 형으로 중대 CP를 떠나기 시작했다. 나는 나의 제2의 생명인 무전기를 등에 업고 중대장님을 따랐다.

때마침 청명한 날씨가 우리의 개선이라도 비는 듯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황혼이 깃든 이 들녘, 그리고 저 씩씩한 병사들의 모습에는 꼭 이기고 돌아오겠다는 신념이 노을과 함께 불타고 있었다.

각 소대와 우리 중대 CP 병력은 각자가 루트가 다르기에 우리는 중대장님을 선두로 다음은 무전병인 나, 그리고 전령, 교육계 이런 순으로 해서 도로를 따라 전진하다가 목표를 향해 오른쪽, 그리 높지 않은 고지를 오르기 시작 ….

우리 일행은 위생병을 포함해서 8명. 출발 때에서부터 시종 침묵이 흘렀다.

우리는 길을 따라 계속 전진의 전진을 계속, 고지를 넘어 또 고지를 향해 밀림, 밀림이라기보다 정글이라 함이 나을 것 같다. 나아가면 나갈수록 정글뿐 가끔 옆에서 일어나는 동물들의 움직임에 나는 주춤하다가는 다시 전진한다.

사방은 벌써 어둠의 장막에 둘러싸이고 전방 몇 미터가 간신히 보인다.

40분 가까이 걸었을까 해서 겨우 우리의 숙영지 A고지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그곳은 아군의 수색 중대가 주둔한 곳인데, 길이 험하기 때문에 모든 보급마저도 헬리콥터로 하고 있다 한다.

우리들은 단시간 작전인 까닭에 숙영에 필요한 개인 천막이나 모포들은 거추장스러워 갖고 가지 않기로 했지만, 막상 도착해서 보니 의지할 곳이 없었다. 좀 깊숙한 곳을 찾아 수색 중대에서 빌린 천막 두 여장을 밑에 깔고 밤을 새우기로 했다. 이날 밤 자정이 되었을 즈음 느닷없이 밀려온 구름이 밝고 둥근 보름달을 송두리째 집어삼키더니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지붕도 없이 앉아 있던 대원들은 옆의 나뭇가지에 천막 한쪽을 걸쳐 놓고 그 밑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비는 그쳤다 다시 내리곤 하여 뜬눈으로 꼬박 밤을 새웠다. 새벽 4시 30분쯤 천막을 들추고 나와 간단히 깡통(C 레이션) 두어 개를 따 가지고 아침을 대용했다. 총공격 시간이 아침 6시 예정시간보다 30분 연장되어 6시 30분으로 각 소대에 무전으로 작전 지시를 해두고, 5시 25분에 대원들은 목표 8고지를 향해 또 전진을 계속했다. 비는 개었으나 짙은 안개와 어제 밤 내린 비로 숲은 훨씬 젖어 있었다.

중대장님은 익숙하신 솜씨로 지도를 찾으시며 어두운 장막을 뚫고 B고지를 향해 대원들을 유도하신다. 우리가 목표에 도착한 것이 6시 10분. 그 지점에서 약간씩 간격을 두고 사방을 경계하며 공격 시간을 기다렸다. 이때 각 소대는 무전으로 이상이 없음을 밝히고 공격 명령을 기다린다는 연락을 받았다.

드디어 6시 25분, 우리는 물론 중대장님은 연방 시계를 들어보시며 긴장하고 계시는 것 같다. 6시 30분 정각, 중대장님은 손수 무전기의 키를 잡으시고 일제 공격 명령을 내리셨다. 아직도 땅과 맞닿은 안개와 어둠은 앞이 잘 보이질 않았다. 몇 분간 조용히 침묵이 흐르더니, “탕, 타탕! …” 요란한 총성은 새벽 공기를 진동했다. 마침내 작전은 시작된 것이다. 나는 급히 3소대를 불렀다.

“3소대는 무슨 일인가? over …”

“적이 우리의 전초병을 향해 사격을 했다. over …”

예상했던 일이라 민첩한 동작으로 엎드려 적정을 살펴 소대장님께 보고하며 다시 앞으로 전진, B고지 앞 들판에 조그마한 마을, 즉 C 목표로 접근하는 우리 아군들. 마을을 접근하자 일제히 공격개시 “탕 타타 탕!” 과감하고 용맹스러운 맹호들은 VC 한 마리를 놓칠세라 계속 전진 “따쿵! 따쿵!” 이때 적도 반항하기 시작했다.

아군은 따쿵 소리는 아랑곳없다는 듯 마을을 포위하고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 마을을 손쉽게 점령해 버렸다. 가택 수색을 시작했으나, 베트콩은 흔적도 없고 다만 농부 차림의 몇 사람뿐이다. 이것이 베트콩의 유일한 전법이다. 총 같은 무기는 파괴해 버리거나 근거 없이 숨겨버리고는 유유히 아군 앞에 손을 들고 나타난다.

이들을 생포하여 무기를 감춘 곳이라든지 적정에 대해 물어봐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시치미를 딱 떼일 뿐이다. 우리들은 약간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병력을 철수하여 귀대하려던 참이었다. 이때였다.

“따콩! 따콩!” 부락 좌측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요란히 울리더니 또 뒤쪽에서 연거푸 총성이 들리고, 전방에서 적의 자동 소총이 불을 뿜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우리 아군들은 신속히 방어 태세를 취해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 시작, 지형적으로 굉장히 불리한 위치에 우리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공격을 하면서 좀 유리한 지형을 찾기로 하고 소대장님이 무전기를 잡고 중대장님께 호소한다.

“공격 명령을 내려 주십시요! 오버”

“응, 유리하다면 공격하라. 오버”

중대장님의 명령이 떨어지자 아군은 일제히 총구에서 불을 뿜으며 공격했으나, 적은 이미 호, 아니 호 라기보다 자기들이 오래 전부터 구축해 두었던 아지트이기 때문에 조금도 물러서지를 않았다. 그리고는 틈을 타서 놈들의 자동 소총으로 사격을 해대기 때문에 아군은 도저히 전진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전세는 약간 불리하게 된 편이다.

중대장님은 상황을 판단해 보시더니 아군을 약간 후퇴시키고 대대로 무전으로 포 지원을 요청, 잠시 후 “쾅! 콰쾅!” 그곳은 포의 타겟트가 되어 무수히 떨어지는 포탄들은 마치 붉은 꽃밭과도 같았지만 그들의 아지트는 파괴되지 않은 듯하다. 이때 아군은 5명의 부상자가 있었다. 나는 대대로 환자를 후송시키려고 헬리콥터를 요청하고는 중대장님을 따랐다. 잠시 후 헬리콥터로 환자들은 후송되고, 아군은 그 지점으로부터 작전상 좀 더 후퇴시키고는 중대장님과 나는 헬리콥터로 대대 CP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대대장님을 비롯해 참모들이 우리를 내려다보며 통활 지휘를 하고 계셨다. 빗발치는 총탄은 잠잠해졌지만 귀에는 아직도 총성이 들리는 듯하다. 그곳에는 통신대장님과 최우봉 전우가 나를 반기며 얼마나 수고하느냐고 손을 잡는다. 감격하여 눈시울이 화끈했다.

중대장님의 자세한 설명으로 대대장님은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다시 옆에 미군 연락병에게 무어라 지시를 내리시니, 별안간 우리들 머리 위에는 전투기 몇 대가 빙빙 돌고 있지 않은가. 알고 보니 항공 폭격을 요청하신 것이다.

“씨융! 꽈르르 꽝!” 우리 있는 곳에서 미군들이 비행기를 익숙한 솜씨로 유도하여 가며 폭격하는 광경이란 정말로 통쾌할 정도였다. 이때가 10시 20분경이었다.

중대장님과 나는 새로운 명령을 받고 고지를 넘고 정글을 헤치며 우리 병력이 있는 곳으로 갔다. 보통 길 같으면 20분이면 충분한 거리지만 길이 없는 정글 지대이기 때문에 4~50분 만에야 간신히 도착했다. 다시 무전으로 작전 지시가 내려오는데, 우리가 그 지점을 수색하려 했던 것을 취소하라는 전통이었다. 중대장님에게 말씀드렸더니 즉시 병력을 철수할 명령을 내리시는데, 소대장 이하 소대원들은 적개심에 불타 좀처럼 철수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다시 공격 명령을 내려 달라고 애원에 가깝게 호소하고 있는 병사들을 볼 때 같은 전우들이 부상 당했음을 분개한 나머지 대원들은 이토록 야단들인 것이다.

하지만 군대는 명령,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것이 군대가 아니던가. 할 수 없이 병력을 철수하여 중대 CP로 돌아오기로 했다. 비록 우리가 그대로 철수는 하지만 그곳의 베트콩의 아지트는 가루도 없을 만큼 완파해 버렸고, 역시 승리는 우리의 것이 아닌가?

각자의 병사들은 서로들 얼굴을 쳐다보며 미소를 짓는다. 우리들은 부대로 돌아왔다. 이때가 오후 1시쯤, 이것으로서 한 작전이 끝난 것이다.

이런 것이 군대에서 작전이라 불리우는 한 전쟁의 한 토막이다.

■ 일기장 1966년 2월5일

1966년 3월 전투에서 11중대장님이 적탄 피격 당하셨을 때의 일화입니다.

정인환 무전병, “중대장님 피격 헬기 보내라 over”

대대 무전병, “알았다. 잘 수신했다 over”

정인환 무전병은 대대 무전병에게 급히 연락한 후 적의 타겟트인 안테나를 뽑아 버렸다.

소식을 접한 다급해진 박경석 대대장님

박원영 대대본부 무전병에게 “빨리 다시 연결해 빨리빨리”

박원영 무전병 땀을 뻘뻘 흘리며 연결해봐도 “쏴아아~ 쏴아아~”

안 되는디유 (저쪽 안테나 뽑았는데 되남) 혹시 대대장님께 얻어터지지나 않았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