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케 전투                
               
     안케의 사자(死者) 유종철 전우, 330일간의 포로 생활
         유종철은, 625 남침과 청와대 습격을 했던 북한 괴뢰
           집단 지옥의 불구덩이로 강제로 보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탈출만이 살길이라는 생각뿐이었다.


       




  파월전투 중 제일 큰 전투
  17일간 사생결단 피의 전투
 
  안케패스(An Khe Pass) 전투는 파월사상 최초로 월맹정규군 최정예 부대인 3사단(금성사단으로 명성을 날림)과 한국군 맹호사단(기갑연대)이 17일간(1972.4.11~4,27) 월남 중부고원지대 관문인 19번 도로 638고지 일대에서 펼쳐진 아비규환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파월 8년여 전투 중 제일 크고 사생결단의 피의 전투였다. 이 전투에서 맹호는 적군 사살 750명, 화기 80여 정의 전과를 올리고 638고지를 점령, 맹호가 승리하였지만 아군 피해도 173명의 전사자와 4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유종철은 맹호기갑연대 8중대 1소대(첨병) 소속으로 특공 조를 편성, 4월 19일 13시 19번 도로 동쪽 강점지역의 병참선을 차단하고 적을 섬멸하기 위해 잠입했다가 적과 조우하여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다가 AK소총과 B40의 집중사격을 받고 소대원 5명과 전사, 실종되었다.
  유종철은 온몸에 피투성이 상처를 입고 언덕 아래로 떨어져 기절해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월맹군에게 발견되어 포로가 되었다가 6시간 만에 깨어났다. 적지에서 만신창이가 된 처절한 운명 속에서도 아군은 유종철을 찾지 못했지만 월맹군이 이를 발견 포로가 되었는데 부대는 전사자로 처리, 다른 전우의 유골을 나누어 가진 후 인헌무공훈장을 추서하여 국립서울현충원 제3-4023 묘역에 안장시켰다.
  유종철이 기절한 상태로 등에 업혀 끌려간 곳은 아군의 부대가 아닌 적군의 위생시설이었다. 깨어나 보니 언어가 다르고 생긴 몰골이 왜소하고 거지 같은 옷차림을 한 것을 알고 공황 상태에서도 내가 적에게 잡혀(포로) 왔다는 것을 실감했고, 생소한 정글 속 의무실은 너무 초라했으며 원시인들이 생활하는 비참한 환경, 대나무로 잘라 만든 울타리와 연병장. 100여 명의 월남군 포로와 함께 갇혀 있었고, 식사는 감자가 주식이고 산에서 나는 풀을 먹고 물은 산에서 내려오는 냇물을 마시고 살았다. 밤에는 야전용 침구인 해머 속에서 잠을 자고 낮에는 고된 농사일을 했다.
포로 시 유종철의 상태는 소대원이 묶어준 압박붕대에 검붉은 피가 낭자한 체 적의 포탄으로 찢겨 진 정글 속 어깨가 맨살로 떼가 묻은 채였다. 월맹군이 응급처치로 비닐 한 장 깔고 아픈 상처를 달래고 있는데 타이어 조각으로 만든 슬리퍼를 신고 손가락 사이에 골 담배를 끼우고 들어온 VC가 나타나서야 비로서 유종철은 월맹군 포로가 되어 베트콩들의 야전 의무실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유종철은 포로가 된 것을 직감하고, 사는 길은 인근에 전우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탈출하는 것이 사는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결심했다. 처참하게 부서진 인생의 꿈은 조국을 찾아가는 것이고 전우들이 있는 부대를 찾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고 꽁까이들이 와서 광목 쪼가리 붕대를 풀고 흰 가루를 뿌려줄 때는 상처의 아픔과 통증 속에서도 포로가 되었다는 울분을 참지 못해 자신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다.
유종철은 전투식량 C레이션 최고의 영양 보급 식사를 하다 개밥 돼지밥보다 못한 죽이든 사발을 들고 와서 숟가락 젓가락도 없이 먹으라고 해서 처음에는 먹을 수가 없어 유종철은 사발을 돌려보냈다. 밤이 되자 상처의 통증은 심했다. 고통을 호소하자 경비병이 나타나 1평 정도의 바나나 껍질로 벽을 가린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 앞에는 총을 맨 보초병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었다. 2~3일 간격으로 그들 나름의 치료인 소독은 해주었다.
  그 후 일주일이 지나 아침 식사를 한 후 허리에 총을 차고 가방을 든 30세 정도의 월맹군 장교 4명이 취재와 심문을 하러 왔다. 4명이 유종철을 둘러싼 채 말을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몸의 상처는 어떻습니까? 라고 묻지 않는가!
한국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통역과 그들은 지도를 꺼내놓고 너의 중대 위치를 알려달라고 다그쳤다. 모른다! 그것은 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들은 유종철에게 총을 겨누고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그다음 며칠 후 ‘장’이라고 하는 한국말을 제법 하는 월맹군 장교가 또다시 심문했다. 중대장, 소대장 이름 등을 확인하고 종이 한 장과 볼펜을 들이대면서 중대 위치를 그림으로 그리라는 것이다. 유종철은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그려주었다.
  유종철 일병이 포로가 되던 날 이종윤 중대장도 적의 사격을 받고 중상을 입고 쓰러져 새로운 중대장이 부임해서 상황을 잘 몰랐다. 그들은 그래도 큰 정보라도 얻은 듯 흐뭇한 표정을 지어 웃으며 좋아했고 당신이 원하면 최고 대우를 해 줄 김일성이 있는 북한으로 보내주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때 유철종은 6•25 남침을 했고 청와대 습격을 했던 김일성 괴뢰집단 지옥의 불구덩이로 강제로 보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탈출만이 살길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유철종은 탈출하는 것이 전우를 만나고 고국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수단으로 생각하고 포로를 관리하는 자들과 인간적으로 사귀며 마음을 나누었다. 깊은 정글 속 그들만의 아지트는 가족과 유기된 채 공산주의 투쟁 역사의 노예로서 가련한 모습 그대로였다
  유철종은 저녁이 올 때마다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포로가 된 지 25일 정도 된 저녁 식사 후 경비가 소홀한 틈을 타서 배를 움켜지고 용무를 보러 간다고 했더니 경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25m 정도 떨어진 지붕도 없는 변소를 가서 울타리를 헤쳐버리고 쏜살같이 베트콩의 영내를 벗어났다. 비무장 상태로 부상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몸이지만 칠흑 같은 밤에 정글을 뒤덮은 깊은 계곡에서 무조건 19번 도로를 찾았으나 도로가 보이지 않았고 실개천이 흐르고 모래밭이 있는 개활지를 따라 무조건 걸어갔다. 이제는 탈출에 성공하여 그리운 전우와 부대를 찾을 것만 같은 희망이 부풀어 있는 가운데 열대지방 깊은 밤은 매우 두렵고 추웠고 배고픔의 힘든 여정이었다.
  하룻밤이 지나고 새날이 밝아오자 길을 찾아 또다시 출발하는데 9시경 어디선가 AK소총 소리가 들렸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일어나보니 유종철은 붙들려 다시 포로가 되어 돼지우리 같은 적의 야전병원 막사 안에 있었다.
                                                       < 다음 호에 계속 >
                           이 필 영/안케패스대혈전전승전우회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