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의 정을 모르는 사람，비목을 부르지 마라”

비목（碑木）은 전사자의 신원 등을 나무에 새겨 무덤 앞에 세워놓는 비（W）를 말하며，강 원도 화천 터널을 지나 댐을 막 넘으면 그 아래 비목공원이 있고 그곳에서 비목들을 볼 수 있는데，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자료에 의하면，6«25전쟁 당시 산화한 무명용사의 돌무덤 앞에 세워진 것으로 전사자의 기록은 없으며 무덤 표시만 있을 뿐이다.

비목의 작사자 한명희（1939〜）선생은 1964년 임관 후 7사단 백암산 계곡 부근 GOP에서 복무했으며，당시 야채 등을 심으려 땅을 파면 유골과 파편 등이 나오고，순찰 시 주변 계곡 등에서는 녹슨 철모 등이 보였다 한다.

작사자는 이런 모습을 보며 “전사자가 나와 같은 20대 젊은 초급 장교로 산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먼 고향의 아내, 그리운 초동 친구들，애틋하게 그리운 연인，인자하신 부모，사랑의 설계，인생의 꿈은?

그는 양지바른 비탈길을 지나다 흙에 가려진 돌무더기 하나를 발견하고 푸르 칙칙한 이끼，썩은 나무 등걸을 보며 예사로운 돌들이 아닌 것을 생각，그리고 앞에서 발견한 녹슨 칼빈 소총이 생각났다. 그 연상의 기록들을 모 방송국에 근무할 때 시로서 표시하고 작곡가 장일남（1932~2006）선생이 1969년 가곡으로 발표，오늘도 국내외에서 사랑을 받으며 널리 보급케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80대로 아직도 활동하고 계신 한명희 선생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메시지로 필자에게 전해졌다.

“겉으로는 호국영령을 외쳐대면서도 속으로는 사리사욕에만 눈이 먼 가련한 사람，국립묘지의 묘비를 얼싸안고 통곡하는 혈육의 정을 모르는 비정한 사람，숱한 싸움의 희생 아닌 것이 없는 순연한 청춘들의 부토 위에 살면서도 아직껏 호국영령 앞에 민주요, 정의요，평화의 깃발을 한 번 바쳐보지 못한 못난 이웃들，제발 그대만은〈비목〉을 부르지 말아다오. 죽은 자만 억울하다고 초연에 휩싸여간 젊은 영령들이 진노하기 전에!”

박병정

국방전우신문

안성 •이천지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