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에 생각나는 사람들，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할아버지 모습으로 다시 보는오음리
 
1968년 8월 24일!
이슬비 오는 아침，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오음리의 아침. 우리 대대는 8주간의 월남전쟁 투입 예비훈련을 마치고 월남 전쟁터로 출발하는 날.
시냇물이 흐르는 시골집 앞 도로 옆에서 연세가 70〜75세쯤 되어 보이는 흰 머리의 할아버지 한 분이 대형 태극기를 흔들며 “잘 갔다 와! 잘 갔다 와!” 하시면서 우리 부대원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한없이，한없이 태극기를 흔들고 계셨다.
손주가 집 밖에 나가 놀다가 조그만 상처만 입고 들어와도, 마음이 짠하고，안타까운 마음이었을 터인데，하물며 생사의 기약조차 없는 전쟁터로 내보내는 그 마음이야 어떠했겠는가!
내 조국，대한민국이，하루 세끼 먹고 살기가 어려워，풀뿌리를 고아 먹고，나무껍질을 벗겨 먹고，배고프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열심히，열심히 일을 해봤자 좁은 땅덩어리에 자원（資源） 없는 나라에서 태어나，배고픈 것을 숙명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할아버지의 마음이 었을 것이다.
젊디 나 젊은，꼭 내 손주 같은 너희들을 산 설고，물 설은，배를 타고 일주일이나 간다고 하는 그 머나먼 나라，이역만리，너희가 가는 베트남이라는 그 나라는 ‘산이 정글로 우거졌다’고 하고，‘정글 속에는 독충도 많고，더구나 정글 속에서는 1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나라’라고 하던데
가난 때문에，가난 때문에，손주를 전쟁터로 보내는 할아버지의 통곡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조상한테 물려받은 거라고는 5천 년 가난의 상징，보리고개 밖에 없는 할아버지의 변명이었을 것이다.
“밥을 먹고，배가 부르지 않으면 물을 마셔라” “그러면 나중에 부자로 잘 산단다” 하시며 검증되지도 않은 지식을 손주한테 가르쳐 주는，할아버지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날의 그 모습이 잊그제 일 같이 눈에 선합니다. 내가 그때，할아버지의 나이와 똑같아요. 저도 손주가 18살，고등학교에 다녀요. 할아버지가 대형 태극기를 들고 흔들어 주시던 그 시골집 가 보고 싶어요.
눈에 선하니 찾을 것 같은데，55년 세월이 지나갔는데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정말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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