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 탓으로 최근 책을 찾는 시간과 독서열은 높아지고, 보고 싶은 전우들의 얼굴도 자주 떠오른다. 화천의 박근순 전우도 잘 있는지 궁금하다. 새벽 눈을 뜨며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조간신문이 눈에 들어왔다. 정독을 하며 중간쯤 갖는데 김형석 교수님의 ‘백세일기’가 마음을 잡았다.
  글에서 교수님의 일생이 드라마처럼 간결하면서도 아주 쉽게 그려졌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웬일일까?
  “14세 때엔 가난했고, 20대 때는 일제강점기에 살면서 대학시절이 끝날 무렵엔 학도병으로 끌려갈 절망의 시간이, 그리고 해방이 되어서는 공산치하에 살면서 ‘교육자의 길’도 막혀 절망하며, 대한민국(월남)의 품을 찾았으나 이번엔 625가 발발하고, 다시 새로운 선택을 놓고 고민하다 ‘교수다운 교수로 여생을 바치자’는 꿈을 확정 지었고, 시간은 흘러 강단에 선지 어언 60여년을 지나며 최선의 길을 걸어왔다”는, 참으로 긴 ‘꿈의 여정’을 회고하셨다. 어깨가 들썩이며 눈물이 고였다. 이때의 배경은 바로 우리 아버지 때의 모습으로,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오신 우리 선대(先代) 모두의 슬프고 괴로운 역사가 아니었나?
  그 이후 필자는 우리 후대(後代)의 역사를 빠르게 생각해 보았다. 그다음 세대가 바로 ‘우리’였기에 역사적 시대의 파노라마를 순간 펼쳤으나 ‘월남참전, 한강의 기적’ 외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농촌의 좁은 농로(農路),자기 땅을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넓혀가고, ‘산을 푸르게 푸르게’ 구호를 힘차게 외치며 녹화운동을 펼치고, 신종 볍씨를 심으며 다수확 쌀을 생산하고, 국산 승용차를 만들어 수출하며, 세계 평화유지를 위해 월남전 참전과 이와 연관된 외화의 수입과, 들어오는 외화로는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을 완성하고, 비만 오면 넘쳐나던 한강을 첨단공법으로 ‘아름다운 한강’을 만들어 도심입구까지(아직은 김포) 페리호가 드나들게 만들고, 최초의 중동 건설현장과, 서독광부와 간호원의 진출 등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기적’으로 보릿고개 해결과 세계경제 10대 강국의 초석을 만드는 일에 국민 모두는 하나 되어, 앞만 보고 뛰어온 일 등 “잘 살아보세”를 힘차게 외치면서 -. 그런데 우리의 꿈은 이뤄졌는가? 이건 개인의 일이 아니다. 어렵게 70여년의 세월 동안 일으켜 세운 모든 ‘정상적인 일’들이 지금 한순간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월남참전의 경우만도 금년으로 56주년이 된다. 심지어 전국의 전우들과뜻 있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깊은 관심과 지원으로 월남참전전우 예우와 전투수당 미지급금 지급요구를 위한 관련법이 지난 1920대 국회 2대에 걸쳐 수건(數件)이 어렵게 올랐으나 심의다운 심의 한 번도 못하고 그때마다 회기 말로 자동 폐기되고 전우들에게는 실망만 주었으며 지금 그 후유증이 마음만 뒤흔들어 놓고 있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로는 대통령의 긴급 지시로 해당 부에서 정부 안(대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우들의 평균수명이 76세라고 하던데 살아생전 이 일이 ‘화급’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떤 일이 국가적으로 화급한 일인가? 묻고 싶다. 전우들은 국가의 재정도 걱정한다. 그래서 ‘순차적인 지급방법도 좋다’고 하질 않는가? 정신과 육체가 어려우신 전우 분들도 주변에서 많이 보이고 있다. 추석은 빠르게 돌아오는데 생전의 ‘행복을 위한 꿈’은 아득하기만 한 것인가?
  “여러분들은 스스로의 꿈을 안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대 선배님의 말씀을 정책 관계자분들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주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이 병 석
국가유공자/제일기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