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승 목

국방전우신문 논설위원/목사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월남전참전 용사들의 전투수당 지급 문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역대 어느 정권, 어느 국회의원을 붙들고 물어봐도 월남전참전 용사들의 전투수당은 반드시 지급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말한다. 또 한 역대 정권들의 선거공약이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모두가 옳은 일이라고 말하고,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일이라고 말하는데도,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닌가?

2013년 2월 25일, 제18대 대통령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장녀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 월남전참전 용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였다. 자신들을 월남으로 보낸 박정희 대통령의 장녀인 박근혜 대통령이 반드시 전투수당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월남전참전 용사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다. 젊은 용사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말을 믿었다. 월남전 참전용사들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다해 헌신했고, 국가경제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무려 32만 5천여 명이 파병돼 5,099명이 전사하고, 1만여 명이 넘게 전상을 입었으며 고엽제 피해자만 16만 명이나 되었지만, 참 군인으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았다. 국가가 반드시 약속을 지키리라 믿었던 것이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되었다. 월남전참전 용사를 위시한 국가유공자들로 구성된 30%를 차지하던 절대 지지층인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월남전참전 용사이신 아버지께서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보며 탄식하셨던 것이 지금도 기억난다.

“박근혜 대통령이 월남전참전 용사들의 염원을 이루어줬더라면, 결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민심을 잃었구나! 민심을….”

아버지께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되는 모습을 보시며, 월남전참전 용사이신 자신이 ‘전쟁고아’가 된 기분이라고 말씀하셨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어째서 정치인들은 월남전참전 용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걸까?’

‘왜 박근혜 대통령마저 월남전참전 용사들을 외면했을까?’

다 잡은 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 걸까? 어째서 정치인들과 정당들은 월남전참전 용사들의 염원을 외면하는 걸까? 혹자는 전투수당을 월남전참전 용사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서는 갑자기 너무나 큰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대한민국은 이미 선진국반열에 들어섰다. 월남전참전 용사들의 전투수당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나라가 이미 아니다. 그렇다면 유치한 정치 공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힘은 안정적인 정권 유지를 위한 동력이 필요하지 않은가? 더불어 민주당은 정권창출을 위해 새로운 지지층이 필요하지 않은가? 월남전참전 용사들과 가족들이 띠를 두루고 아스팔트로 나아가 외치지 않아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일까?

이렇게 외면받을 수가 있나!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꼭 세월호 사건이 재현되는 것만 같다.

세월호 사건 때, 학생들은 이미 기울어져 가는 배 안에서 죽음이 코앞에 있건만, ‘가만히 기다리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월남전참전 용사들도 똑같은 소리를 듣고 있다. 매번 대선 때마다 대선후보들이 찾아와 꼭 전투수당을 돌려드리겠다는 말로 지지를 얻어가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다.

연로한 월남전참전 용사들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 사라져가는데, 언제까지 가만히 기다리라는 것인가?

처처에 전쟁의 소리가 들려온다. 우크라이나와 같은 전쟁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이제 우리는 누구나 예측 가능한 전쟁터를 알고 있다. 바로 대만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력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따라 한반도의 전쟁 위기는 이미 높아질 때로 높아진 상황이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 위해서는 걸림돌인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반드시 저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주한미군의 발목을 잡아 대만전에 참전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군사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북한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은 연평도에 170여 발의 포탄을 퍼부었다. 북한의 도발로 해병대원 2명 전사, 6명 중상, 10명 경상, 민간인 피해는 2명 사망, 58명 경상, 1,700여 명의 연평도 주민이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을 도와 대만침공에 주한 미군의 참전을 막기 위해 연평도 포격에 10배에 달하는 국지전을 펼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한반도 내의 전쟁은 불가피한 것이 된다. 전면전은 아니더라도 국지전이 발생할 것이며,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의 희생은 불 보듯 뻔한 것이 아닌가? 대한민국은 분단국가이며,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휴전국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나라는 군인의 희생 없이는 단 하루도 존속할 수 없는 전쟁의 위협 속에 있다.

그렇다면 국가가 약속한 전투수당마저 지급하지 않는 국가에 누가 충성할 것인가? 어느 부모가 귀한 아들을 전쟁터로 내보낼 수 있으며, 또 후배 군인들이 무엇을 믿고 전쟁터로 향할 수 있단 말인가?

국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월남전참전 용사들에게 참 군인으로서의 품격을 요구해 왔다. 피 흘린 공로가 있어도 월남전참전 용사가 현충원에 몸을 누이려면, 평생 금고형 이상의 형 선고를 받지 않도록 참 군인으로서의 품위를 평생 유지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공로가 있어도 품격이 없으면 공로에 대한 보상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월남전참전 국가유공자들은 이처럼 죽을 때까지 품격을 지킨다.

그렇다면 월남전참전 용사들에게 평생 참 군인으로서의 품격을 묻는 국가가 이제는 국격을 지켜야 할 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