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山地가 많고 인구밀도가 높아 토지이용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 보니 환경오염 문제가 나타난 것으로 보이지만, 광활한 지역 우거진 숲속에 집을 짓고 사는 미국인을 보면 부럽기만 하다. 우리도 언젠간 이런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되기를···
 
  지난여름에 제가 잠시 묵고 있던 곳은 DC 외곽의 체비체이스라는 곳입니다. 이곳은 워싱턴 DC와 메릴랜드주의 경계선 도로 주변에 형성된 마을로서 전철역과 버스터미널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수의 고층아파트, 백화점, 유명한 명품점 및 할인점이 밀집되어 있어 우리나라의 네이버에 워싱턴 DC의 쇼핑 명소롤 가볼 만한 곳으로 소개 되어 있는 곳입니다.
  제가 이곳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번화한 이 마을의 아파트 잔디밭과 인근 공원에서 많은 개똥벌레가 발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걸어서 한 시간 거리인 이웃 베데스다 마을까지의 산책로에서도 광범위하게 발견되고 있고, 6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 상당 기간 동안 발견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개똥벌레는 반딧불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1급수에만 살기 때문에 환경지표 곤충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다 사라지고 무주 산골짜기에만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 자신도 50년대 말 초등학교 때 시골에서 본 것 외에는 이번에 처음 본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사라진 개똥벌레가 세계 최강의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외곽에서 이렇게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발견되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오염환경이 지난 60년 동안 이렇게 나빠졌다는 것인데, 요즘 젊은이들이 잘 쓰는 표현대로 하자면 “할아버지 아버지는 어떻게 살았길래 국토를 이렇게나 오염시켰나요?” 라고 하는 억장 무너지는 소리를 할 수 있을 거 같아 변명아닌 변명을 할까 합니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1962~1966)이 시작되기 전인 1961년의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처참할 지경이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은 80$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전 취업자의 80%가 농업인구임에도 불구하고 주식인 쌀의 지급률이 매우 낮아 굶고 사는 국민이 매우 많았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 중학생이었기 때문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요사이 철없는 젊은이들이 ‘쌀 없으면 라면이나 빵이나 계란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철없는 소리입니다. 나라가 돈이 있어야 쌀이든 뭐든 수입할 수 있을 거 아닙니까? 그 당시 우리나라 국민이 낸 세금으로는 국가 예산의 50%밖에 충당하지 못했고 나머지 모자라는 부분은 미국의 원조자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상태에서 무슨 돈이 있어 쌀을 수입할 수 있었겠습니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1차 5개년 계획의 핵심은 공업발전 외에도 식량 자급이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이를 위해 쌀 증산과 식량 소비를 줄이기 위한 산아제한 및 헐벗은 산을 바꾸기 위한 산림녹화가 있었습니다. 식량 증산을 위해서는 쌀의 품종개량과 쌀의 병충해 방제가 핵심이 되었는데 벼에 기생하는 멸구나 이화명충을 박멸하기 위한 살충제, 벼 잎마름병을 구제하기 위한 살균제, 잡초를 제거하기 위한 제초제를 마주 뿌렸습니다. 이것이 몸에 해로운 줄 알지 만 그 당시는 식량 자급이 최우선이었습니다. 이제 개발계획에 의한 통일벼 품종개량과 함께 식량 증산사업의 성공으로 식량 자급이 이루어지고 쌀이 남아돌아 오히려 그게 걱정이 되는 시대가 되었지만 이로 인하여 들에는 메뚜기가 사라지고 야산에는 개똥벌레가 사라지는 참사를 맞게 된 것입니다. 이제 식량 자급이 되고 세월이 지난 이후 최근에는 건강을 위해 유기농법이 도입되고 병충해 방제제의 사용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어 1급수에만 살고 개똥벌레의 먹이가 되는 다슬기가 많이 잡히고 있어 개똥벌레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무튼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고 인구밀도가 높아 토지이용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 보니 환경오염 문제가 나타난 것으로 보이지만 광활한 지역에 우거진 숲속에 집을 짓고서는 미국인을 보면 부럽기만 합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이런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정 택 수
국방전우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