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규 회장

전)한국광고사진가협회

청렴과 근신, 명성과 치적 빛나는 허공(許珙) 선비

허 공(1233~1291)의 처음 이름은 의(儀), 자는 온독, 관향은 孔巖(지금의 양천)이다. 고종 말년에 급제하여 내시(內侍)에 배속되어 정사점필원(政事點筆員)이 되었다. 충렬왕조에서는 판밀직검의부사(判密直儉義府事)에 임명되고, 문학사에 옮겨 국사의 찬수(撰修)에 참여하였으며, 한강(韓康)과 함께 고금록(古今錄)을 찬술(撰述)했다.

16년에 임금이 원나라에 있고 공(公)은 홍자번(洪自潘)과 함께 머물러 왕경을 지켰다. 그때에 합단적(哈丹賊)이 장차 동쪽의 변방을 침노하려고 하니 중앙과 지방의 인심이 동요하여 어수선하였다. 자번 등이 강화로 도피하기를 의논하므로 공이 반대하여 말하기를, “지금 임금이 연경에 있는데 어찌 유언비어를 믿고 임금의 명령도 없이 함부로 나라의 수도를 옮길 수 있습니까?”라고 하였다.

자번 등이 재상들을 모아 서로 의논하니 다 마땅히 옮겨야 한다고 말하여 공이 중지시킬 수 없었다. 공은 정당(政堂)의 아전 문증(文證)에게 말하기를 “여러 사람의 여론이 이러하니 저지시킬 힘은 없다. 나와 네가 서울을 지키며 왕명을 기다리자”라고 하니, 여러 재상들이 말하기를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허중찬이 국가를 진정한다고 하였는데 지금 나라를 그르치고 있다”고 하였다.

공이 집에 돌아가서 자손들을 불러놓고 말하기를 “나는 마땅히 여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너희들 중에 나를 좇지 않는 자가 있다면 나의 자손이 아니다. 나는 반드시 법으로써 처치하겠다.”고 하였다. 얼마 안 되어 인후가 원나라로부터 와서 말하기를 “황제가 우리나라가 강화에 수도를 옮겼다는 것을 듣고 우리 임금에게 말하기를, 그 말이 만약 틀림없는 사실이라면, 수모자를 잡아오라고 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듣고 공의 지혜와 생각에 탄복하였다. 공은 성질이 공손하고 검소하며, 마른 해골과 썩은 살을 덮어 묻어주는 일을 거의 쉬는 날 없이 하였으며, 버려진 시체를 보면 몸소 옮겨 묻곤 하였다. 시호를 문경(文敬)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