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규 회장

(전)한국광고사진가협회

손 변(?~1251)의 처음 이름은 습경(襲卿), 후에는 구(球)라고 고쳤으며, 관향은 樹州(지금의 富平)이다. 과거에 급제하여 천안판관(天安判官)이 되었다가 공역서승(供譯署丞)이 되었다. 고종 조(高宗 朝)에서는 예부시랑(禮部侍郞)이 되고 경상도 안찰부사(按察副使)에 임명되었다.

이 무렵 아우와 맏누이가 서로 소송하는 일이 하나 있었다. 아우가 말하기를 “이미 같은 부모가 낳았는데, 어찌 맏누이만이 홀로 부모의 유산을 다가지고 아우에게는 나누어 주는 것이 없겠습니까?”라고 하였다. 맏누이가 말하기를, “아버지가 임종에 가산(家産) 전부를 나에게 주셨다. 그리고 너에게 주신 것은 검정빛 의복 한 벌, 검은 갓 한 개, 미투리 한 켤레, 종이 한 권 뿐이다. 증거의 문서가 이미 있으니 어찌 어길 수 있겠는가?”하고 주장하였다.

송사(訟事)가 몇 해를 넘겼으나 결말이 나지 않았다. 변이 두 사람을 앞에 불러 놓고 묻기를, “너희 아버지가 죽을 때에 어머니는 어디에 있었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먼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라고 하였다. “너희들은 그 때에 나이가 각각 몇 살이었느냐?” “맏누이는 이미 시집가서 집이 있었고 아우는 7, 8세의 어린 애였습니다.”라고 하였다.

변이 타이르기를, “부모의 마음은 자식에게 균등한 것이다. 어찌 나이 장성하고 집까지 있는 딸에게만 후하고, 어머니 없는 7, 8세의 어린아이에게 박하겠느냐. 돌아보건대 어린아이가 의탁할 곳은 맏누이뿐이다. 만약 유산을 누이와 아우에게 균등하게 나누어 준다면, 혹이나 그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지 못하게 되어 양육에 전력하지 않을까 두려워하였던 것이다. 아이가 성장한 뒤에는 이 종이로 소장(訴狀)을 만들고 검은 갓의 차림으로 미투리를 신고 관(官)에 고소하면 장차 사리를 판단하여 처리하여 줄 이가 있을 것이라고 하여, 그에게는 다만 네 가지 물건만을 남겨 준 것이다. 그 뜻은 대체로 이와 같은 것이다”라고 하였다.

아우와 맏누이가 듣고 감복하고 잘못을 깨달아 서로 보며 울었다. 변이 드디어 가산을 반씩 나누어 주었다.

변은 고종 38년에 수사공(守司空)으로 상서좌복사(尙書左僕射)에 이르렀다. 변은 성질이 강직하고 꿋꿋하였으며, 관리의 일에 능숙하여 판단하고 처리하는 것이 마치 물 흐르듯 하여 가는 곳마다 명성과 치적이 있었다.

< 出 高麗史名臣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