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공군 소장, 정치학 박사

 소음 공해에 관련한 경험했던 일화 들

지난 8월 야외 기동훈련이 포함된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이 재개된 것을 보면서, 군 예비역인 필자는 안도하는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평소 국가 운영의 두 개의 큰 축은 안보와 경제라고 생각하지만, 군 예비역인 필자는 경제보다 안보를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는 국민이 잘살고 못사는 문제이지만,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FA-50 등 국산 무기 수출 가능성에 대한 낭보가 이어졌고, 지난 7월에는 국산 최신예 전투기 KF-21이 최초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공군 출신 전투 조종사였던 나로서는 ‘경제안보 시대’에 매우 고무적인 사건들이었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전투 조종사 생활의 대부분을 보냈던 대구 공군기지(K-2)의 제트기 소음 공해에 관련해서 경험했던 일화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대구 공군기지는 원래 일제 강점기에 대구 외곽에 일본군이 군사용으로 건설했고 ‘동촌 비행장’으로 불렀었다. 그리고 1950년 6·25전쟁 때에는 미 공군의 주요 작전기지로 미 공군이 ‘K-2’로 명명했다.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이 제공한 한국공군의 F-51D 무스탕(Mustang) 10대도 처음에는 이곳에서 출격했었다. 나는 1970년대 중반 위관 장교 때 K-2에서 F-4D 팬텀(Phantom) 전투기를 조종하기 시작한 이래, 1990년 중반에는 K-2에서 팬텀기 비행단장까지 한 바도 있어 K-2와 인연이 많았다. 이미 잘 알려있는 것처럼 팬텀기는 추력이 큰 쌍발 제트기로서, 이륙할 때 그 소음이 대단하여 근처에 있으면 견디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 우수한 성능보다는 인근 주민에게는 소음으로 악명(?)이 더 높았던 전투기였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2022년부터는 K-2기지 인근 주민에게는 1인당 수십만 원씩 소음피해보상금이 지급되기 시작했고, 더구나 대구시가 팽창함에 따라 도시 가운데 자리 잡게 된 K-2 비행장의 이전이 결정되고, 최근 이전부지가 이미 확정됨에 따라 2028년까지는 기지가 완전히 옮기게 된다고 한다.

첫 번째 일화는, 1990년대 중반 필자가 K-2 기지에서 팬텀기 비행단장을 할 때 소음 공해에 관련된 민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정훈참모로부터 인근의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단장인 필자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비행단장이 민원인을 직접 면담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지만 나는 흔쾌히 허락했다. 교장 선생님은 나이가 지긋하신 아주 인자한 모습의 전형적인 선생님이었다. 교장 선생님은 나에게 팬텀 비행기 이륙 소음 때문에 매주 월요일 전체 학생 조회를 운동장에서 못하겠고, 수업시간에도 시끄러워 초등학생들이 공부할 수 없으니 무슨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학교 위치를 확인하니 팬텀기가 이륙하여 기지 울타리를 떠나는 바로 밑에 학교가 있었다. 소음이 얼마나 심할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학교가 언제 지어졌는가를 물어보니 몇 년 안 되었다고 했다. 나는 분명히 소음이 공부에 방해가 될 것을 예상했었을 터인데 왜 방음 설치를 하지 않았습니까 하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교장 선생님 말씀이 학교 건축하기 이전에 대통령 후보께서 K-2 기지를 이전한다고 공약을 해서 곧 그렇게 될 줄 알고 안 했다고 답을 하는 것이었다. 단장인 나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민원으로 매우 당황했다.

그러나 무슨 조치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방음 장치 등은 지원할 수 있는 일이 못 되고, 월요일 조회 시간에 소음이 발생하지 않게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반색을 하면서 (내 기억에) 9시부터 약 30분 정도 조용했으면 좋겠다고 답을 주었다. 그래서 긴급 출동이나 작전 임무를 제외한 일반 훈련을 위한 비행은 그 시간에 이륙을 안 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장 선생님은 대단히 만족해했다. 이 약속을 내가 재임 중에 잘 지켰다. 그 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를 확인해본 바가 없어 모르겠으나, 여하튼 기지가 이전한다고 하니 모든 것이 해결된 것 같다.

두 번째 일화는 필자가 2000년도 초 전역한 후의 이야기다. 전역 후 나는 미국의 유명한 비행기 엔진회사의 한국지사의 책임자로 다년간 취업했었다. 그 사이에 K-2 기지의 한국공군 전투기는 팬텀에서 F-15K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 전투기도 (내가 취업한 미국 회사의 엔진) 쌍발 제트기로 이륙 시 소음은 주변 주민에게는 팬텀과 거의 같은 공해 수준이었다.

어느 날 본사의 부사장 일행과 함께 K-2 기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정문을 통과할 즈음 제트기가 이륙하는 소리에 나는 나도 모르게 양손을 귀로 가져가 막았다. 이를 보고 있던 본사 부사장이 씩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장 장군!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네. 이것은 소음이 아니라 ‘달콤한 자유의 소리(Sweet Sound of Freedom)’라네!” 물론 농담으로 건넨 직업과 연관된 말이었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 것 같았다. 과연 우리 주변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소음을 자유의 소리라고 여길까?

 달콤한 자유의 소리

‘K-방산의 상징’이 될 최신예 국산 전투기 KF-21이 최초 시험비행을 무사히 끝낸 후에 성능 점검 시험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 전투기의 엔진도 필자가 취업했던 미국 엔진회사 제품으로 F-4와 F-15처럼 강력한 쌍발 제트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KF-21의 엔진 출력은 이들 엔진보다 더욱더 강하다. KF-21이 이륙할 때 소음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알려진 바는 없다. 제트 엔진에 대한 나의 지식으로 유추하면 제법 소음이 클 것 같다. 현재의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안보의 상징으로, 2026년경에 KF-21의 개발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양산에 들어가, 한국공군에 인도될 때 KF-21이 주둔할 공군기지 주변 주민들의 제트기 소음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진다.

필자는 KF-21이 주둔할 기지 주변의 주민들에게는 소음 공해 가능성에 대한 사전 홍보나 보상 결정이 미리 이루어져 불편함에 대한 이해와 협조가 사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튼튼한 경제안보는 국민의 깊은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에서만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2026년 그때쯤에 가서는 군의 사전 조치와 국민의 안보에 대한 이해 수준 향상으로 우리의 기술로 만든 ‘K-방산의 상징’인 KF-21의 엔진 소음이 국민에게는 더욱 ‘달콤한 자유의 소리’로 들리기를 상상하며 기원해본다.

 필자 약력

조종사 출신 예비역 공군 소장으로 정치학 박사다. 현역 시절에는 주미대사관 공군무관, 비행단장, 연합사 정보참모부장, 국방대학교 부총장 등을 역임했으며 전역 후,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 연구원, 한국공군발전협회 연구위원회(현, 항공우주력연구원)의 초대 연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