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경 삼

서울종합예술학교

석좌교수(병 163기)

1966년 8월11일 모래사막으로 뒤덮인 여단사령부에 십자마크 헬기가 긴급 착륙한다. 이봉출 여단장이하 참모들이 헬기의 광풍을 견디며 모두 거수경례를 올리는 장엄한 열하 전장의 한 장면. ‘해풍작전’ 중 적의 동굴에 기습작전을 벌려 부하를 구하고 장렬히 전사한 故 이인호 소령의 유해가 현지로부터 공수되어 오는 순간이다. 고인의 생생한 최후 모습이 함께 종군했던 국방부 파견 박경삼 영상기자 병에 의해 기록되었다는 보고를 받은 이봉출 여단장은 정훈참모에 지시, 기록된 뉴스영상을 본국으로 긴급히 보내 국민께 알릴 것을 명령했다. 땅거미가 찾아들 무렵, 정훈보좌관 권혁조 중위(전 신세기통신(017) 사장. 광운대학교 정통대학원장)는 긴급히 기사를 정리,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부하를 구하고 전사한 故 이인호 소령의 자료를 정리, 청룡항공대로 향한다. 당시 청룡항공대는 말이 항공부대이지 겨우 L19 연락관측기 2대가 고작이었다. 항공대의 임무는 포병관측, 그리고 부대 간의 연락 정도의 임무였지만 당시 항공 대장 김모 소령 이하 대원들은 창의적으로 L19기 양 날개에 로켓포 6문을 장착, 때로는 정글 작전에 참여해 많은 전과를 올려 유명해지기도 했다. 항공대로 달려간 권혁조 중위는 항공대장과 여단장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한다. 여단 본부에서 주월사령부가 있는 사이공(현 호치민 씨티)까지 500여km를 날아 야 하는 부담이 크다. 더구나 알 수 없는 열대의 일기가 불확실한 야간 비행이란 목숨을 건 행동이었지만 두 장교는 해병정신으로 공감했다. 갑자기 하늘은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명령을 사수하기 위한 두 장교의 악천후 속 임무를 실은 조악한 L19기는 투이호아의 사막 간이 비행장을 박차고 떠오른다. 시속 60km 안팎의 L19기가 둔탁한 프로펠러의 굉음을 내며 진동하는 공간속에 비행이 시작된다. 이들 어깨에 들려있는 해병 영웅의 역사적 전사기록이 과연 국민들에게 잘 전해질 수 있을까? 하늘은 구름을 몰고 오기 시작하며 어둠과 악천후로 변한다. 뿐만 아니라 베트콩들이 야간비행을 하는 이 누추한 비행기를 향해 포화라도 쏘아올린 다면 꼼짝없이 이들은 정글의 귀신이 되고 만다. 윤 대위는 비행항진 등(燈)을 끈 채 악천후 속에 비행침로를 남남동으로 시계 비행을 감행한다. 간혹, 아군인지 적군인지 쏘아올린 조명탄이 정글을 비추고 지날 때면 권혁조 중위와 조종을 담당하는 윤 대위는 순간 가슴을 쓸어내리며 초조와 불안 속에 비행은 계속된다. 이렇게 위험비행은 하늘의 도움으로 구사일생 사이공 탄손누트 공항에 안착할 수 있었다. 자료를 수령하려 나온 주월사의 한 장교는 이들의 목숨 건 용감한 행동을 치하해 주었다. 故 이인호 소령의 영상자료와 전투상황 기록은 당일 국방부로 전달되어 살신성인의 청룡영웅 이인호 소령의 마지막 모습을 국민들이 볼 수 있는 값진 기회가 되었다. 국내는 물론 외신들도 앞다투어 청룡영웅의 생생한 산화 순간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한 전쟁영웅의 뒤에는 이처럼 자신들을 아끼지 않고 헌신한 전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묻혀진 53년의 세월 속에서 기억해 보려한다. < 박경삼/당시 국방부 파견 종군영상병 >

수색조가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을 나무라고

이인호 대위는 자신이 직접 동굴 진입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나는 숨을 죽인 채 이 대위의 모습을 지켜보며 카메라를 계속 이 대위에게 고정시키고 있었다.

동굴 안에서 다시 총성이 났다. 잠시 후 이 대위는 노획물들을 끌어 올려왔다.

그리고 다시 진입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순간 동굴 안에서 ‘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섬광이 번쩍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꽉 움켜쥐고 가시밭으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