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사령부를 공격하라 < 린호아 2호 작전 >

자신이 있는 곳이 높이 보이니 숨기는 가장 불안하고 공포감이 심한 전우들이다. 밤은 깊어가고 간혹 헬기는 상공에서 그들의 움직임을 확인하듯이 린호아를 한 바퀴 돌고 헬기의 소음과 조명탄은 간헐적으로 뻥뻥 터져갔다.

어둠이 몰려오고 1시쯤 모두가 잠들 때쯤 어둠을 뒤흔드는 총성과 크레모어 폭발음은 대지를 흔들어 버렸다. 비 오듯 퍼붓는 총탄은 정충진 하사 조에서 울려 퍼졌다. 고요함이 불안감을 안은 채 긴장이 흐르고, 가볼 수도 없고 움직이면 오인 받을 수 있기에 어둠이 흐르고 일정시간이 흐르고 있을 때 어둠을 뚫고 박수철 상병이 “분대장님! 분대장님!” 부르며 나에게 달려왔다. “분대장님, VC 4명을 사살하고 아카보 소총 4종(AK소총 북한제)을 가져왔습니다” 총을 보이면서 흥분한 상태로 어쩔 줄을 모른다. “박 상병, 어두운데 조심하라, 이은영 소대장께서 오셨다.” 말을 하고 함께 의논을 한 후 이곳에서 자리를 약간 뒤로 물러서 적이 올만한 예상지로 옮겨 매복을 재구성했다.

새벽 5시쯤, 약간 어둠이 가고 조금씩 밝아오는 시간이었다. 그때였다. 척후 유탄발사기 사수인 1분대 김유진 상병이 100m 전방에서 논둑을 넘어오는 VC 1명을 보고 유탄발사기 1발을 쏘았으나 빗나갔다. 논둑 너머로 다시 숨어버린 VC, 이은영 소대장께서 척2분대에 사살 및 생포명령을 내렸다. 분대장인 이 중사는 공격명령을 하달하고 정충진 하사에게 ‘약진 앞으로’를 명했다. 나머지는 적이 고개를 들 수 없도록 전체 사격을 하는 동안 다음 최 하사 조가 약진 앞으로 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조인 분대장조가 ‘적진 앞으로’하여 15m 앞까지 진출하고 수류탄 1발을 투하했다. 베트콩이 숨어 있는 정통으로 논둑 주변 가에서 폭발했다. 분대장은 월남어로 ‘조 따일 랜’을 외쳤는데 베트콩이 두 손을 논둑 너머로 번쩍 들었다. 분대장은 곧장 총을 겨누고 곧 채포를 명했다. 분대장의 다리에는 초저녁에 맞은 크레모어 폭발 상처를 입었기에 움직임이 힘 들었으나 또 하나의 전과를 올렸다. 기진맥진하여 주변을 살피니 사령부 포 사령부에서 터트리는 조명탄은 계속 터져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귀국 일자가 얼마 남지 않은 백기완 상병은 조명탄 낙하산을 줍기 위해 뛰었다. 전쟁은 순간순간 죽음보다 욕망이 앞서는 듯싶기도 하다. 소대장께서 중대장께 VC 1명 생포를 보고했다. 중대장께서 후송조치를 하고 날이 밝아오면 2소대와 3소대는 린호아 부락을 계속 살펴야 한다는 사항을 통신병 소유진이 전해왔다. 어제 출동 시 20kg 가까이 가져온 식수는 거의 동이 났다. 강변을 앞에 두고 철철 흐르는 맑은 물을 보고도 떠먹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박수철 상병은 중대부관이 물 식수를 중대에서 헬기로 배송을 않는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전 소대원 일제 사격을 개시하고 린호아 강에 물통에 돌을 넣어 린호아 강에 던졌다. 물이 가득 담겨서 올라왔다. 박 상병은 물을 꿀꺽꿀꺽 마시고 나서 “분대장님, 분대장님”하며 달려와 분대장에게 물통을 내밀었다. 전 소대원은 강물을 조달하고 목마름을 해결했다. 헬기의 소음과 간혹 터트리는 조명탄은 멈추지 않고 상공에서 뻥뻥 터져만 갔다. 린호아 부락을 수색하고 전진하면서 살폈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고 돼지만 꿀꿀거리며 집안 마당을 뛰어다녔다. 가정 안으로 들어가 보면 겉과는 달리 칸막이가 따로 없고 통째로 침실과 부엌이며 집안은 모두 흙바닥이었다. 커피와 자질구레한 세간살이들이 눈에 띄었고 프랑스식 건물과는 달리 돼지만이 방안에서 돌아다녔다. 방안에는 그물 그네만이 있었고 린호아 부락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도주한 듯 한사람도 발견을 하지 못했다. 긴장된 대원들은 대나무가 욱어진 강변에 최후 전선을 긋고 강둑 건너를 응시하면서 다시 3일을 지냈다.

오후 3시쯤 헬기가 와 린호아 강 중앙 모래섬에 C레이션 만을 뿌리고는 떠나갔다. 조별로 질서 정연이 그곳에 접근하여 조금씩 물품을 옮겨 요기를 했다. 배고픔을 참기란 죽음보다 강한 욕망을 느끼게 한다. 전쟁은 살기위한 수단일까? 우리는 다음날까지 린호아 부락을 점령하고 무사히 작전을 성공리에 마치고 철수를 했다.

50여 년 전 전투에 함께 참가했던 전우들을 기리고,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이 글을 국가영웅들 영전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