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혈관은 아직도 뜨겁다. 나라를 향한 피의 노래가 끓는다.
저마다의 이름으로 타오른 이야기들
조국의 그림자 아래 우리는 하나의 서사였다.

아버지 배영찬 1902년 곡성 땅에서 태어나
의용소방대장의 이름으로 밤의 어둠을 걷어내며
총성과 체포가 스미던 골목마다 앞장서 걸었다.

지리산 골짜기마다 공포의 그림자가 퍼질 때 국군과
함께 공비토벌의 선봉에 서서 숨죽인 마을을 지켰다.
아버지는 늘 뒤편에 계셨다.
주민의 안위를 안고 아무 훈장 없이 하늘로 스며가신
아 고결한 우리 아버지

어머니 김잉덕 열일곱 심장에 뜨거운 피를 품고
오라비 김기권의 동지들에게 수십통의 비밀서신을 안고
양림동에서 교도소까지 먼 길을 무수히 걸었다.

이름 없이 그림자 되어 항일의 불꽃을 나르던 그날들
이제야 드러난 조용한 조력자의 빛

광주학생항일의 물결 뒤편 유관순을 닮은 그 이름
울 어머니 바람처럼 조용하고 물처럼 단단하셨다.

삼촌 김기권 광주고보 4학년의 젊은 불꽃
“성진회”를 세워 동맹휴학을 주도하고 옥고를 치른
뒤에도 다시 “독서회”의 깃발을 들고 광주학생사건의 불길
한가운데로 2년 6개월 또 다시 감옥으로 향하셨다.

해방 후 건국훈장 애국장으로 광주 독립운동
동지회의 회장으로 지금은 대전 국립묘지 애국지사의
자리에 누우시어 후손들의 꿈을 바라보신다.
아 숭고한 울 삼촌 조국의 불꽃으로 살아계신다.

작은 아버지 배영석 강진읍 교회 목사 6·25의 불길 속
교인들이 쓰러졌다는 소식에 피난하지 않고 마을로 돌아와
북한군 총부리 앞에서 모진 고문과 즉결심판을 마주하셨다.

“하나님은 살아 계시다” 그 한마디를 남기고 강진

장터에서 총살 당하셨다. 지금도 교회 앞 순교 탑은

그 말씀을 간직하고 있다. 아 “아닌 것은 아니다”

그 외침으로 순교하신 우리 순결한 작은아버지

장인 백운붕 와세다 대학 법학부의 붓을
젊은 피로 씻고 학도병으로 변신하셨다.

장사리의 물살을 건너며 인천상륙작전의 위장을 위해
총탄을 맞고 육군 소령으로 돌아오셨다.

태극무공훈장을 받고 상이군인회의 회장이 되셨다가
지금은 대전 국립묘지에 자랑스럽게 누우신
울 장인 조국의 역사에 선명히 기록된 이름

그리고 지금 그들의 피줄기에서 이어진 오늘

서울대 출신의 법관 이제는 정의를 짓는 변호사 배지호
조국의 이름으로 법을 일으키는 자

고려대 출신 행정고등고시를 거쳐
기획재정부 정부예산의 큰 축을 이루는 배지철

나라의 살림을 도맡은 청년의 얼굴
그들도 또한 그 피와 정신을 오늘로 이어가며
아버지들의 대지를 딛고 어머니들의 강물에서 숨 쉬며

한 가족 한 나라의 이름으로 피와 뜻과 이름으로 엮인 깃발이
이제 하늘을 가르며 휘날린다.

저마다의 헌신이 빛으로 피어나
우리의 서사는 더욱 장엄하게 흐른다.

 시인 프로필

예명 : 단이(斷伊 dany)/詩歌흐르는서울 신인상 시 부문/詩歌흐르는서울 동인/詩歌흐르는서울 월간문학상 선정위원/월남전 청룡부대 참전(을지무공훈장 수여)/서양화 반려동물 그림 전시회 3회/검찰 부이사관 역임/녹조근정훈장/건양사이버대학교 반려동물학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