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李瀷, 1681년 숙종 7~1763 영조 39)은 조선 제21대 영조(英祖) 때의 남인(南人) 학자로 호는 성호(星湖), 본관은 여주(驪州))이다. 실학의 대가로 양반계급은 권력에 집중하지 않고 생업에 종사케 하고 과거(科擧)제도를 정비해 불필요한 권리를 줄여 평민들이 잘사는 백성 우선주의를 주창했다.

수많은 저서 중 ｢성호사설(星湖僿說)｣이 있는데 인사문(人事門)에 노인들의 슬픔이 10가지가 있다고 했다. 주목할 필요가 있어 소개한다.

대낮에 꾸벅꾸벅 졸음이 오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고  울(哭) 때는 눈물이 없고  웃을 때는 눈물이 흐르고 30년 전의 일은 기억이 되는데  눈앞의 일은 문득 잊어버리고  고기를 먹으면 뱃속에 들어가는 것이 없는데 고기가 치아에 끼고  흰 얼굴은 도리어 검어지고  검은 머리는 도리어 희어 진다 등이다.

지은이 태평 노인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 노인의 명언을 인용해서 소개했다. 성호 이익(李瀷)은 5가지를 더 보충했다.

 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 보면 오히려 분별할 수 있는데  눈을 크게 뜨고 가까이 보면 도리어 희미하고  지척의 말은 알아듣기 어려운데 고요한 밤은 항상 비바람 소리만 들리고  배고픈 생각은 늘 있는데  밥상을 대하면 먹지 못한다 이다.

그런데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71세 때 노인의 좌절감, 슬픔을 벗어나기 위해 유쾌한 일 6가지를 주제로 내세웠다.

 대머리가 되어 머리가 시원한 즐거움 이(齒牙)가 다 빠져 치통이 없는 즐거움  눈이 어두워 잔글씨가 보이지 않는 즐거움 귀가 먹어 시비(다툼) 소리가 들리지 않는 즐거움  조선인이라서 조선 시(詩)를 쓰는 즐거움 바둑을 하수(下手)하고 두는 즐거움 등이다.

그런데 대머리, 이(치아), 눈(시력), 귀(청력)는 역설의 풍자로 사실 아픔에 해당한다. 특히 조선 노인으로 조선 시를 쓴 즐거움은 조선인으로 태어난 애국심이 내재해 우리 선인들의 나라 사랑이 지극했음을 증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인의 슬픔은 19가지인데 어느 누구나 한평생 살아가면서 ‘나는 늙지 않는다’는 자만에 빠져 노인들을 비하(卑下)하고, 학대하고, 심지어 패륜에 빠져 폭행폭행치사 등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짐승보다 못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어 지구 종말이 오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21세기 현대사회는 경로효친(敬老孝親), 올바른 자녀교육과 인성교육 운운하며 그럴듯한 말잔치로 노인 섬김을 강조하는데, 실상은 언행일치(言行一致)가 되지 않아 미래사회가 어둡기만 하다. 선각자요, 실학자인 이익, 정약용의 노인의 슬픈 사례(事例)를 다시 음미하며 충(忠)과 효(孝)와 예(禮) 곧 삼위일체가 우리들이 살아가며 반드시 지켜야 할 불멸의 덕목(德目)임을 깨닫고 수신제가(修身齊家) 한 후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길로 매진해야 한다.

노인을 모시는 가정지도자지식층정치인들은 ‘저 출산 고령사회’에서 어떤 정책을 펼쳐 노인 섬김이 자리매김하고, 어떻게 모셔야 진정한 효도(孝道)인가 깊이 각성(覺醒)하고 실천할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