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는 1월 7일부터 10일까지 AI 키워드로 열렸고 공식 슬로건은 ‘다이브 인(Dive in)이다. 사람과 기술을 연결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발견하여 모든 산업이 AI로 뛰어들자는 의미다. AI 기술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로보틱스, 자율주행, 웨어러블 확장현실(XR)에 ‘기계 두뇌’가 탑재되었다. AI는 이제 가전, 모빌리티, 헬스케어, 교육 등 전통적 산업을 넘어 농업, 푸드, 환경분야에 이르기 까지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166개국, 4800여 개 기업이 행사에 참가했다.

CES 2025의 C가 Consumer(소비자)가 아니라 Car(자동차)란 이야기를 할 정도로 모빌리티에 집중되었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가 5년 만에 CES에 나오며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수소연료전지, AI, 자율주행차 등으로 이뤄진 미래형 스마트 도시인 ‘우븐 시티(Woven City, 직조(織造) 도시)’ 진행 상황을 주제로 연설을 했다. 우븐 시티는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산 인근에 건설 중인 미래 도시다. 도시 내 이동은 자율주행차로 하고 도시 간 이동은 도심항공교통(UAM)을 이용하며 택배는 드론으로 한다고 한다. 올 가을 1단계 공사가 끝나면 도요타 직원 360명이 입주하고 거주민을 2,000명까지 늘려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홈으로 인공지능(AI) 도시화 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CES 2025에서 단연 눈길을 끌었다. AI 반도체 수퍼스타로 불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이후 6년 만에 CES 기조연설을 하면서 라스베이거스 맨덜레이베이 컨벤션 센터 1층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서 1만4,000석을 꽉 채운 청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로봇〮자율주행 개발 플랫폼인 ‘코스모스’를 공개했다. 일반 개발자들이 무료로 ‘코스모스’에 접속하면 AI 로봇을 만들 때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 진행 상황을 공개하며 블랙웰(엔비디아 최고급 그래픽처리장치, GPU) 기반의 그래픽처리장치(GPU)인 지포스 RTX50 시리즈를 공개했다. 지포스는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등 PC에 들어가는 GPU다. 아울러 손바닥만 한 크기의 초소형 슈퍼컴퓨터 ‘디지트(DIGITS)’를 소개하며 ‘집집마다 디지트를 통해 고성능 인공지능(AI)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오는 5월 3,000달러 내외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했다.

작년에 이어 월마트도 드론 배송 시스템을 공개했다. 월마트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를 ‘10분 배송’ 지역으로 분류해 매장 반경 10마일(16km) 안쪽에서 주문하면 10~30분 안에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AI)을 장착한 구글의 드론 계열사 윌이 운영하는 ‘월마트 드론 배송’ 시스템은 그 동안 축적한 비행 데이터를 토대로 알아서 지름길을 찾고, 장애물을 피해 최적의 장소에 물건을 내려놓는 배송 시스템이다. 월마트는 사람 손 외에는 대안이 없다던 ‘라스트마일’(소비자 문 앞까지 배송하는 것)을 드론으로 해결했다. 반면에 국내 유통사들은 각종 규제와 배송〮판매 품목부터 제한 받기 때문에 드론 배송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중국 기업의 공세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중국기업이 1339곳으로 미국의 1509곳 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으며 작년보다 235곳이 늘었다. 전체 참가 기업 4800여 곳 중 30%가 중국 기업인 셈이다. 한국은 역대 최대로 1031곳으로 3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한국기업들이 혁신상을 휩쓸었는데 전체 수상기업 292곳 중에 129곳이 한국기업으로 1위를 차지하며 K스타트업의 열기를 뽐냈다. 다음으로 미국 기업이 60곳으로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CES 참가 업체 중 가장 넓은 3368㎡ 규모의 전시장을 라스베이거스 컨벤센 센터(LVCC)에 마련해 대한민국 전자산업의 위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올해는 양자컴퓨팅 부문이 신설되었다. ‘꿈의 컴퓨터’로 불리는 양자컴퓨터는 구글이 최근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를 장착한 컴퓨터가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능가했다고 발표하면서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계산과 추론을 하는 AI의 학습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CES 2025 행사장에서 젠슨 황 CEO가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기를 최소한 15~30년후일거라고 내다봤다. 이에 양자컴퓨터 업계는 강하게 반박하면서 앨런 바라츠 디웨이브퀀텀 CEO는 “수 많은 기업이 우리 양자컴퓨터를 이미 이용해 혜택을 보고 있으며 상용화 시기는 바로 지금, 오늘”이라고 반박했다. 양자 스타트업 큐노바를 창업한 KAIST 이준구 교수는 “한국 산업계가 갖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앞으로 5~10년 내 양자에서 핵심 산업군에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존 컴퓨터로는 수십억년 소용되는 암호화폐 해킹이 양자컴퓨터로는 몇 시간 내 풀 수 있다”고 IBM 왓슨리서치센터에서 양자컴퓨터 부문을 이끄는 제이 감베타 부사장은 힘주어 말했다.

올해 서울시는 CES 2025 행사장 내 스타트업 전문 전시관인 ‘유레카 파크’에서 서울 소재 스타트업 홍보를 위한 ‘서울통합관’을 규모 1040㎡(약 315평)로 운영했다. ‘서울통합관’은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사업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매년 CES 개막에 앞서 출품 제품 중 혁신성이 높은 제품을 대상으로 혁신상을 수여한다. CES 2025에서 혁신상을 받은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21곳으로 역대 최대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CES 혁신 상 수상이 스타트업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혁신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여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여 주기식이 아니라 글로벌 VC(Venture Capital)들과의 접점을 제공하는 등 지원을 원하고 있다. 더 나가 스타트업들은 정부가 선도적인 R&D 지원을 강화하고 비효율성을 제거하여 선진국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술 사업화 생태계 지원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