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대장으로 일본군을 압살하고 순국한 ‘순국선열 황순모’ 선생

할아버지는 독립운동 선봉대장
손자 황동현은 기동대장

낙엽이 빨갛게 물들어 비처럼 쏟아지는 이때가 되면, 저는 일본군을 압살하고 순국하신 조부님(황순모 의병대장)생각이 떠오릅니다. 112년 전의 슬픈 역사 속에 가려진 이야기지만 후손들이 잊어서는 안 되겠기에, 귀한 지면(紙面)을 통해 다시 한 번 조부님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고 선열의 위훈(偉勳)을 전하려 합니다.
오늘의 우리가 있기 까지 조국을 위해 목숨 바쳐 희생하신 선열들의 위국헌신(爲國獻身), 그분들의 큰 희생이 있어 ‘위대한 대한민국’이 있음을 우리 후손들은 잊어서는 안 됩니다.           

순국선열 황순모 선생 후손 황동현

  ■구한말 의병대장 황순모 선생의 공로
  1877년 고종 14년 ~ 1908년 한말(韓末)의 의병장 황순모 선생은 전라남도 광양 출신으로 자는 사중(士重), 1872년 12월12일,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 비촌(飛村)에서 통정대부 황윤락과 고성 김씨 사이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05년 을사조약이 강제로 체결되자 당질(堂姪)인 병학(炳學)과 함께 100명의 포수를 모아 의병부대를 조직하고, 광양의 백운산을 중심으로 활약했다.
  1908년 7월 광양군 망덕만(望德灣)에 정박하여 있는 일본인 배를 습격하여 격침시키고 무기를 노획했으며 이때 당질인 병학이 총탄에 맞자 황순모 선생을 비롯한 의병들은 흩어져 인근 산골짜기로 피신하였는데, 그해 10월 일본 헌병대에 붙잡혀 순국, 정부에서는 황순모 의병대장의 공적을 기려 1977년에 대통령 표창을, 1980년에 건국포장을 추서하고 위훈(偉勳)을 기리고 있다.
 
   ■의병대 조직, 일제와 싸워
  의병대장 황순모는 어려서부터 사람 됨됨이가 호걸 풍채이며, 무예기술이 뛰어났다고 전한다. 선생은 15세 때인 1887년, 혼례를 치른 후에는 서재를 꾸미고 한문수학에 전념했다. 33세가 되던 해, 4남매의 아버지로 생활에 전념하던 황순모 선생은 일제의 강제에 의한 ‘을사보호 조약’이 체결되고 그 소식이 전국에 퍼지자 선생은 의분을 참지 못해 며칠을 식음 전폐하고 통곡하며 두문불출하던 중 비밀리에 동지 규합에 나섰다. 선생은 우선 황병학을 불러 설득 후 의병대를 조직하여 일제와 싸우기로 다짐했다.
  동지들을 모은 선생은 민간의 총과 칼을 모으고 헌 총은 손질하여 수선한 후 본격적인 무력투쟁 준비에 들어갔다. 당시의 상황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일제는 통감부를 설치하고 초대 통감에 이토 히로부미가 취임한 때였다. 통감부는 또 인천•부산•마산•목포•군산•원산•평양•진남포에 청을 설치하고 실질적인 권한 행세를 했다. 1907년, 을미왜변으로 민비가 일제에 시해를 당하고 군대가 해산되면서 각지의 의병운동은 더욱 치열하게 불붙어 번져갔다.
  일본에 대항할 태세를 갖춰 온 황순모 선생은 창의격문을 내고 봉기에 돌입했다. 의병부대는 내부조직을 완성하고 황순모 선생은 선봉대장이 되었다. 의병부대는 1908년 7월26일, 진상면 묵백리 오솔길을 따라 올라 백운산 자락 임방 골에 본영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무력 투쟁에 들어갔다. 이 소식을 접한 인근 지역에서는 부대 입대를 위해 수십 명이 현지를 찾아들었다.
   선생은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의병들을 한방에 모아놓고 훈시를 하였다.
      “일본 놈의 침략전쟁의 제물이 되고 있는 불쌍한 우리나라, 우리 동포들이 ‘말세 말세’라는 비관적인 말들을
       많이 하는데, 그 말의 뜻은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일본이 우리나라를 여지없이 몽땅 먹어치우는
       전적으로 지배하게 될 때가 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선생의 이 같은 훈시는 의병들에게 애국정신을 고양시키고 민족사상을 고취하는 한편, 일제에 대한 적개심을 앙양시켜주었다.
  전남을 비롯한 호남지역에서는 황순모 의병을 비롯하여 의병이 봉기했고, 그런 중에 황순모 의병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부족한 무기와 군량의 확보였다. 전국에서는 이 소식을 듣고 쌀과 현금, 무기 등을 보냈고, 군량과 무기, 군자금 등이 확보된 황순모 의병은 본격적인 무력투쟁에 돌입하게 된다.
 
   ■황순모 의병의 초전(初戰)은 언제였나?
  황순모 의병이 처음 벌인 전투는 1908년 8월8일의 망덕항 급습이었다. 망덕에는 일본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었는데, 선생은 사전 현장을 답사하고 의병부대원들과 함께 적의 선박에 올라 일본군을 사살하고 많은 무기를 획득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런 소식은 의병을 모으는데도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군사훈련을 받고 최신 무기로 무장한 일본 군대와 싸우는 일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선생이 이끄는 의병부대는 백운산에서 일본군의 유도작전에 말려 포위되는 위기에 처하고 일부는 백운산 용신암 동굴로 대피했다. 일본군은 선생을 잡기 위해 포위망을 설치하고 있는 가운데, 2개월여 기간은 지나 식량부족과 추위가 닥쳐 오는데 마을에 사는 동족 한 사람이 일본 헌병대에 밀고(密告), 헌병대는 비촌(飛村)을 찾아와 주민과 친척들을 협박하고, 일부 동족은 인편으로 항복을 강조하는 일을 계속해, 황순모 선생은 1908년 10월10일 밤, 단신으로 산을 내려왔다가 일본 헌병에게 붙잡히고 만다.
  산에서 하산 길에 체포된 황순모 선생은 광양 헌병대로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당하며 항복을 당하나 조금도 굴하지 않고 있던 중, 의병 의사(義士) 한 사람이 헌병대를 찾아와 “나도 같이 죽여라”고 하며 항변하자 헌병은 두 사람을 향해 총을 발사, 1908년 10월11일, 이때 선생의 나이 36세였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광양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들의 죽음을 애도했다. 장례는 동민(洞民) 장으로 치러졌다. 일본 헌병은 그 후에도 선생 가족과 동네를 찾아와 협박과, 결국은 동네에 불을 질렀다. 가족들은 흩어져 숨어 살면서도 또다시 체포되어 모진 수난을 당했고, 후손들은 선생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이러한 노력으로 정부는 1977년 12월31일 대통령 표창을, 1980년 8월14일에는 건국포장훈장을, 1993년 6월1일에는 국가유공자증이 추증되었다.

   ■후손 황동현 국가유공자/기동대장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
  오늘의 우리가 있기 까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애국선열들의 위국헌신(爲國獻身), 이 같은 큰 희생이 있었음을 우리 후손들은 잊어서는 안 되며, 애국 열사들의 묘소를 방문하실 때에는 작은 국화 한 송이라도 준비하여 선열 묘소 앞에 올리는 ‘애국의 정신’을 가져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                                             

김만조/구교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