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태 박사

해동자연생태연구소 소장/이학박사

독도에서 해조류의 서식환경이 좋은 것은 무엇보다도 먹이 피라미드가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이 해역의 풍부한 해양생물이 해조류의 먹이로 충분하게 공급됨으로서, 여러 종류의 해조류 중에서 특히 괭이갈매기의 집단이 우점종으로서 극상(climax)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독도에서 이와 같이 다양하고 많은 해조류가 관찰되는 것은 자연지리적인 성격에도 기인한다. 왜냐하면 독도는 넓은 동해 바다의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철새가 이동하는 중간휴식처 내지 일시 기착지가 되고 있다. 괭이갈매기 군락의 비상은 독도의 독특한 자연과 함께 환상적인 경관을 연결하고 있다. 독도에 서식하는 괭이갈매기는 1만 여 개체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것은 괭이갈매기의 서식환경으로 먹이가 풍부하고 번식 환경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대 군락을 이루는 괭이갈매기는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이상적인 서식 조건을 지니는 것이다.

독도의 육상은 암석을 제외하고는 토양 전체가 괭이갈매기의 둥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공간에 비해서 개체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 경쟁의 영역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자리다툼은 개체들에게는 대단히 절박한 생존권이 아닐 수 없고, 과대 번식을 제한하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어미 괭이갈매기는 약 25일 정도 알을 품어야 병아리로 부화되는데, 산란과 부회의 시기에 괭이갈매기들 사이에 벌어지는 자리다툼은 생사와 직결되는 치열한 결투이다.

생존경쟁에서 지는 개체는 물가의 돌 틈이나 풀 섶 사이 또는 절벽의 틈새 같은 아주 열악한 환경 속에서 둥지를 만들고, 그곳에서 산란을 하고 부화를 하여 새끼 병아리를 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끼들의 생존에도 생사의 위험부담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괭이갈매기의 병아리가 부화되어 성장하는 시기는 독도 연안과 근해에 부유하는 모자반 군집에 꽁치 떼가 산란을 하고 부화를 시키는 번식시기와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이 꽁치 알이 바로 괭이갈매기를 번식시키는 최상의 먹이가 되는 것이다.

괭이갈매기는 수심 깊이 자맥질을 하여 먹이를 찾는 능력이 없고 오로지 수표면 가까이에 있는 먹잇감을 잡아먹는다. 따라서 꽁치 알은 어린 괭이갈매기에게 이상적인 성장조건을 충족시켜 주는 먹이이다.

독도에는 괭이갈매기 이외에도 흑비둘기, 백로, 소쩍새, 바다제비, 슴새, 매,고니, 솔개, 쇠가마우지, 물수리, 방울새, 학도요, 중부리 도요, 산솔 새, 붉은머리 맷새, 귀제비, 북방쇠 찌르레기, 흰 날개 해오라기, 할미새, 쇳물닭 등 백여 종류가 넘는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이것은 단위 면적으로 볼 때에 대단히 커다란 다양성과 밀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독도의 다양한 해조류는 뛰어난 해양 경관을 연출하는 장소이다.

우리나라의 남서 해역의 흑산 군도의 홍도는 역시 괭이갈매기의 대량 서식지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이 비상하는 군무와 함께 펼쳐지는 해양의 자연경관은 대단히 아름답다. 홍도 역시 괭이갈매기의 서식 환경이 좋은 것이다.

지구상에는 이와 같은 갈매기의 서식 장소를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알라스카의 프린스 윌리암 사운드의 해안에 펼쳐지는 산은 전체가 갈매기 군락의 둥지를 이루고 있다. 한대 해역에서 수십만 마리가 대단히 커다란 집단을 이루어 자생하는 현장이다. 이곳 역시 이 해역으로부터 조달되는 풍부한 먹이가 갈매기의 번식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의 아름답고 경이로운 해양경관은 역시 북극권의 관광명소를 만들고 있다.

필자는 영불해협의 한 해역에서 하늘을 온통 뒤덮으며 이동하는 70~80만 마리의 오리 떼를 작은 배 위에서 바라본 적이 있다. 너무 큰 집단이고 돌발적인 상황이어서 충격적이었으며, 동승했던 실험실의 연구원들도 감탄을 금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창오리 떼의 비상은 대단히 아름다운 하늘의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경관은 세계 도처에서 관찰될 수 있다. 특수한 해황으로 무한정의 융승 현상이 발생함으로서 폭발적인 광합성 작용이 일어나고, 방대한 양의 어류가 생산되는 모리타니의 해역, 그 중에서 방 다르겡 국립공원의 해역은 역시 해조류, 또는 갈매기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군집이 크기도 하고, 비상하는 군무는 역시 아름답다. 이 모든 것은 바다로부터 풍부하게 조달되는 먹이가 있기 때문이다.

3∙1운동 직후의 제암리 학살사건과 독도함

일제의 식민지 시대에 경기도 화성군 제암리의 교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사건을 보면, 일본의 군국주의가 얼마나 잔인하였는가를 알 수 있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에 이어서 1910년 8월 22일 일본 육군대신 데라우찌와 조선의 총리대신 이완용은 한일합방 조인 서에 서명을 한다. 그리고 1910년 8월 29일, 조선 왕조의 사직이 한일합방 조약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일본의 3대 군벌 중의 하나였던 데라우찌가 초대 통감으로 우리나라에 부임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1392년 7월 태조 이성계가 창건한 조선왕조가 27대 순종 황제의 통치기간 3년을 마지막으로, 조선 왕조의 연한 518년 만에 완전히 막을 내린 것이다. 참으로 비통한 역사의 한 장면이다.

이로 인하여 36년간의 일제의 가혹한 압제 속에 우리민족은 압살되어 가고 있었다. 1919년 3월 1일 기미 독립 운동이 전개되었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은 1919년 4월 15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 있는 제암리 교회 안에 독립운동에 참여한 주민 23인을 가두고 문에 못질을 한 다음에 방화하여 학살하였다. 당시 제암리에는 순흥 안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있었는데 23명의 학살자 중에 15명이 순흥 안씨였다. 이때에 교회당의 안에서 탈주하려던 사람들을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쏘아 죽인 것은 일본의 군국주의가 저지른 만행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만행은 역사에 남는 참혹한 가해사건이다. 이때에 시장거리 또는 길에서도 양민이 학살되어 모두 37명이 희생되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무조건 항복을 함으로써 우리나라는 광복의 기쁨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는 국토방위의 힘이 부족하고 국력이 없었기 때문에 주변정세에 의해 남과 북으로 갈려 현재까지도 비극의 분단국으로 남아 있게 되었다. 일본은 다각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끈질긴 집념으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 오고 있다. 터무니없는 탐욕을 부리는 일본의 망발을 통렬하게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일본의 이러한 태도에 맞서서 국토방위를 굳건하게 하기 위해 2007년 7월 3일 독도해역에 아시아에서 최대의 상륙함인 독도함을 취역시켰다.

독도함은 14,000톤 급이며, 길이는 199m, 폭은 31m로서 만재 시의 배수량은 18,800톤이다. 최대속력은 43km이고 승조원은 300여 명이며 헬기, 전차, 돌격용 장갑차 등을 탑재하고 있다. 독도함은 700여 명의 대대 급 병력과 장비를 수송하여 상륙시킬 수 있는 대형 함정으로서 국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전쟁과 같은 비극은 지양해야 하나 나라의 방어를 위해 총을 들고 철통같은 수비를 하는 것은 애국이다. 애국은 무엇보다도 우선 나라를 지키고 국토를 수호하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국력의 신장에 기여하는 것이다.

일본이 독도에 대하여 부단히 제기하는 영유권 문제는 해양과학을 통해서 효율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도와 인접 연근해를 조사하고 연구하여 대외적으로 학문적 실적을 쌓아가는 것도 국토를 지키는 아주 긴요한 국토 수호의 한 방법이라 하겠다.

바다의 약육강식 – 대륙붕의 의미

인간은 고상한 정신문화를 소유하고 있지만 ‘먹어야 한다’는 잠재적이고 노골적인 본능에 사로잡혀 생활하는 것을 보면 생물의 세계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바다 속 생물의 세계는 마치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같이 조화롭고 평화롭다. 그러나 서로 식성에 맞추어 먹고 먹히며 사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도장이다. 그들이 뛰어 노는 싱그러운 현장은 우리들에게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경관이다. 이러한 생물의 세계는 식물이든 동물이든 서로 뒤죽박죽으로 뒤엉킨 아수라장 같으나 역시 질서정연하다. 큰 것이 작은 것을 먹고, 힘이 힘을 흡수하는 물리적인 순환의 세상이다. 해양에서 이러한 생존 경쟁이 주로 벌어지는 수층은 태양광선이 물속으로 투과되는 수층이다. 다시 말해서 광선이 투과되어 광합성작용이 이뤄지는 수심까지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륙붕의 깊이 200m 정도까지이다. 이곳은 생물자원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대륙붕에서는 각종 동식물이 서로 물고 물리며, 뜯고 찌르며, 또는 저돌적으로 공격한 다음에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통째로 삼키는가 하면, 때로는 살랑거리면서 상대방을 쪼아 먹거나, 빨아 먹기도 하는 다양한 형태의 약육강식 또는 공생이나 기생의 생활패턴을 관찰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칠흑같이 어두운 무광선 수층은 수심 200m이하의 수층으로서 광선이 수심 깊이 도달하지 못하여 어두운 수층이며, 이 수층은 광 투과 층을 떠받치고 있다. 이곳에서는 광합성이 이뤄지지 않으며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듯 한 깊은 수심의 암흑수층이다.

바다의 깊은 수층은 무기물질의 저장 창고와 같다. 수량이 대단히 방대하고 괴 생물이 존재하는 곳으로 아직까지 잘 연구되어져 있지 않고, 생체량으로 본다면 커다란 의의를 찾을 수 없는 방대한 바다 공간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생활하는 생물은 교묘하고 기발한 수단으로 먹이를 찾아 섭생한다. 형광 램프를 가지고 먹이를 찾는 종류, 입을 벌리고 떨어지는 사체를 받아먹는 종류 등 그 형태가 각양각색이라고 보고되어 있다.

현대사회의 인간의 능력은 광범위하며, 심성적으로는 신사라고 자부한다. 그렇지만 생존을 위해서 저변에 깔린 치사하고 옹졸한 먹이 근성은 수중 생물의 작태, 습성, 방법 등과 많이 닮아 있다. 이러한 것은 근본적으로 생명이 바다에서 시원되었고 먹이 본능은 아직도 원시 생물의 모태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모천 회귀성 어류인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하천을 다시 찾아가서 알을 낳고 새끼를 번식시키면서 생을 마감한다. 사람도 고향을 떠나 풍요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찾아다니면서 생활하다가 생을 마감할 때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귀소 본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