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7일 서울중앙지법(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은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3천만 1백 원과 이에 대한 지연 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에 대해 참전용사들과 고엽제전우회, 월남전참전자회, 무공수훈자회 등 관련 단체들은 즉각 반발, 2월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재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유엔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현재 진행 중인 재판절차를 중단하고 유엔국제사법재판소 판결까지 기다릴 것 △관련 재판절차에 월남참전자회가 소송 당사자로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 등 3개 항을 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한편, 고엽제전우회는 언론사의 요청(모닝포커스)에 의해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본지에서도 대국민 홍보 차원에서 게재 의뢰함으로 이에 그 내용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註>

▢ 황 회장께서는 언제 베트남전에 참전하였는지?

- 나는 1968년 해병대 부사관으로 입대, 이듬해 청룡부대로 파월되었다. 당시 주둔지는 해병 25중대 주둔지인 후안 지역이었다.

▢ 당시 한국군은 작전 중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하였는지?

- 우리 군은 작전을 시행하기 전 해당 작전지역에 “○월○일○시에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니 민간인은 대피하라”는 전단지를 미리 살포하던가, 마을 촌장을 통해 작전 사실을 알려 주민들이 전투지역을 피해 대피할 수 있게 하는 등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했다. 다른 부대는 모르겠지만 청룡부대 작전지역에서는 군복을 입은 정규군과의 전투보다는 민간인 복장을 한 베트콩과의 전투가 더 많았다. 그만큼 민간인과 베트콩이 구별이 전혀 불가능하였다. 과거 625전쟁에서 보듯이 전시에는 오인이나 불의의 사고로 인해 민간인의 억울한 희생이 더러 발생할 수도 있었지만, 한국군이 고의로 양민을 학살하거나 손해를 끼친 일은 절대로 없었다. 70여 명이나 되는 월남 양민을 학살했다면 당시 전쟁터를 누비며 취재하던 외신기자들이 가만히 있었겠는가.

▢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 제기는 1999년부터 일부 진보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는데 베트남 정부의 공식 입장은?

- 현재 고엽제전우회는 베트남 현지에 생존해 있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과 활발한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당시 군 지휘관급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도 했다. 이런 우호적인 관계를 활발하게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가 민간인 학살을 하였더라면 가능한 일인가. 그리고 베트남 정부가 민간인 학살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없었기 때문이다.

▢ 우리 사회 한쪽에서는 월남파병을 용병(傭兵) 운운하며 깎아 내라는데, 안보와 경제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 당시 파월 한국군은 봉급의 10%를 파병군인 본인이 쓰고, 나머지 전액 은 고국의 가족들에게 송금했다. 그리고 파병 기간이 끝나 귀국할 때는 당시만 해도 국내 사정이 어려웠던 때라 버려진 탄피까지 모아와 군인 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는 기금으로 활용해 미군들도 감동했다. 그때 베트남전은 6ㆍ25전쟁보다 더 고도화되고 발전된 게릴라전이었다. 한국군은 사단장급 지휘관부터 말단 병사까지 북한군과 비교해 현대전을 경험하게 돼 북한군보다 강한 실전 전투력과 전쟁 운용 능력을 갖춘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이것이 대한민국 안보에 큰 힘이었다. 그리고 월남전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흘린 피땀인 전투수당 달러로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될 수 있었던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팩트이다.

▢ 베트남전 참전용사들도 어느덧 80대에 접어들고 있다. 이들의 남은 가족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 우리는 국가의 부름을 받아 전쟁터에 파병되어 싸웠다. 그렇다면 당연히 전투수당이 지급돼야 하는 것 아닌가? 또 고엽제 환자들이 받는 금액은 가련한 환자 수당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고엽제 후유증은 대(代)를 이어 발생하고 있다. 그 사례로 올해 50대인 자녀는 일주일에 두 번 투석을 받는 중병을 앓는 사례가 상당하다. 이런 어려운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보훈 복지 측면에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 보훈부로 장관급으로 격상된 만큼 큰 기대를 갖고 건의 중이다.

▢ 베트남참전은 국방 안보 측면은 물론 우리가 경제 10위권 진입이 가능케 되는데 큰 기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보상은커녕 평가절하 되고 있다. 명예회복과 베트남전참전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향후 활동계획은?

- 월남 참전이 있었기에 우리 군이 현대화되어 국방력은 북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아울러 경제 발전의 초석도 마련하게 되었지만, 그 평가는 너무 인색하다. 심지어 우리가 받아야 할 전투수당이 당시 경제 발전의 종자돈으로 요긴하게 전용된 사실을 국민들은 잘 모른다.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전투수당 지급과 참전자 본인 사망 후에도 남은 배우자가 경제적 고통을 받지 않도록 고엽제 후유증 수당 등을 유족에게 승계되도록 137,264명의 회원을 대표해서 법 개정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박민식 보훈부장관을 비롯, 정부의 인도주의적 관심을 기대한다.

끝으로 월남전 참전 의의와 한국군 참전 당시의 상황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일을 계속할 뿐만 아니라 평균 연령이 80대인 참전자들이 세상을 떠나도 고엽제전우회가 계속 존속될 수 있도록 참전 2세대 자녀들의 전우회에 참여하는 방안을 연구, 추진 중이다.

이번 재판을 맡았던 박진수 부장판사는 한때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움직일 수 없는 사기도박 피고인의 집을 찾아가 특별한 외출 재판으로 언론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60, 70년대 세계 공산화 전략 속의 월남과 대한민국의 시대적 상황에서 월남전 참전, 오늘도 보훈병원 병상에서 고엽제로 신음하는 참전 노병들이나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참전 2세대들을 한 번이라도 만나 보았더라면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오랫동안 마음에 맺혔던 체증이 가라앉는듯한 느낌이다”라고 밝힌 친북주의 역사학자 리만열 씨. 자신은 늘상 화북주의자(和北主義者)라고 강변한다. 그가 밝힌 재판 소감이 참 씁쓰레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가. 그는 왜 우리 파월 국군이 월남 양민을 대량 학살하였다고 오래전부터 앞장서서 집요하게 주장해오고 있는가 말이다.

법원에 이어 국회 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무소속 의원 25명은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조사에 관한 특별법 안을 발의했다.

바야흐로 또 다른 치열한 베트남이념전쟁이 대한민국에서 지금 시작되고 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