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 중인 백마28연대 1대대 7중대 전근식 중대장의 모습
     
      “자신을 불태워 빛을 내는 촛불처럼 파월용사들은 조국 근대화에
     기초를 두고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주역으로서, 나라를 위해 희
     생 공헌하신 노력에, 정부와 정치, 사회 지도자들은 앞장서 국가
     영웅들의 명예와 권리를 되찾아주는 일에 나서야 함에도, 자신들
     은 부정부패에, 이젠 파월용사들을 양민학살까지 했다는 오늘의
     현실이 그저 통탄스러울 뿐이다.”


                                                           
귀신처럼 빠른 백마부대 제28연대, 전투서열도 가장 높아
                                                     
  백마부대는 그 고유 명칭이 보병 제9사단이다. 백마부대라고 부르게 된 연유를 간략히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현 휴전선 중동부 강원도 철원에 위치한 말 모양으로 생긴 395m의 작은 고지가 있다. 제28연대는 백마부대에서 전투서열이 가장 높은 부대였으며, 일명 도깨비연대로 호칭되고 있었다. 이 호칭은 625전란 때 귀신처럼 나타났다 숨었다 함이 빨라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한다고 해서 북한 인민군들이 붙여준 이름이라 한다.
  세계 어느 나라 군대나 그 부대를 상징하는 애칭 또는 별명을 갖고 있는 것이 통상이다. 그 중에서도 전투부대는 독수리, 호랑이, 사자 등 주로 맹수의 이름을 붙여 용맹스러움 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말(馬)은 맹수는 아니지만 슬기롭고 부지런 하며 친근함을 주는 동물이다. 더구나 흰 말(白馬)은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우리 인간에게 성스럽게 여겨지는 말이다. 게다가 도깨비는 말이 갖고 있지 않는 신출귀몰의 특성을 겸비하고 있으니 「백마 도깨비부대」에 덤빌 자 그 누구냐, 문자 그대로 천하무적 상승부대가 아니겠는가.
     
     아느냐 그 이름 무적의 사나이 세운 공도 찬란한 백마고지 용사들,
     정의의 십자군 깃발을 높이 들고 백마가 가는 곳에 정의가 있다.
     달려간다. 백마는 월남 땅으로 이기고 돌아보라 대한의 용사들
                                          - 달려라 백마 출전 歌 -


  보병 제9사단 제28연대 2대대 7중대 2소대장으로 임무를 맡아 월남참전 제 58주년 지금도 중대장(성명)의 훈시가 어렴풋이 생각이 난다.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생(生)과 사(死)를 같이 하게 될 중대장이다.
  첫째, 살아 있는 것은 죽이지 마라. 둘째, 강간하지 말라. 셋째, 호를 파라. 침착하라 의 세 가지를 중대원에게 강조했다. 소대전투 지역인 투이호아(Tui Hoa)는 나트랑에서 북쪽으로 100km정도 거리에 있었다. 정확히 말해서 투이호아 시에서 남쪽으로 141km 떨어져 이쓴 푸람 해얀에 위치하고 있었다. 특히, 월남 땅을 밟으면서 한 가지 특이하게 느낀 것은 우리를 환영하는 사람들은 자유 베트남 사람들이 아니고 미국 병사들이었다. 환영 행사장에 동원된 여고생들이 들고 있던 국기는 모두가 자유 베트남이었으며, 한국군이 지나가다가 손을 흔들어도 그들은 거의 외면했다. 다만 미국 병사들이 우리를 보고 반기며 좋다고 손짓을 하면서 휘파람을 불어댔다.
  그러나 월남 국민들의 사상이 자유월남군은 물론 한국군과 미군의 작전에 보이게 안 보이게 얼마나 방해가 되었는지 모른다. 결국 이 사상 때문에 막강한 미군과 한국군의 자원에도 불구하고 자유월남의 패망은 예견된 것이었다.
                                             
맞구멍 난 철모, 병사의 외침은 계곡에 메아리쳐
                                             
  00년도 9월 5일, 투이호아 남쪽 해안에 근접한 토람(ThoLam) 모래언덕에 진을 친지 근 보름이 되었다. 연대장은 운동선수가 시합을 앞두고 준비 운동하듯이 거의 매일 낮에는 수색작전 밤에는 매복 작전을 시켰다. 다른 한 편으로 방어진지를 튼튼하게 구축하도록 강조했다. 「맹호 6호 작전」은 설상가상으로 나에게 떨어진 명령은 백마 중대장이 대표해서 「맹호 6호 작전」을 견학, 실습하고 와서 그 전투 경험담을 발표하라는 것이었다. 본국에서  파월 준비 훈련을 거의 마칠 무렵, 맹호 부대 소속 보병 소총 중대장 장○○대위가 일시 귀국하여 백마부대 중대장, 장교들에게 그가 겪은 전투 경험담을 강연한 적이 있다. 장 대위의 강연은 논리정연하고 흥미진진했었다. 우리 연대장은 그의 강연이 끝나자마자 중대장들에게 질문하라고 하며 몇 번씩 권유했지만 아무도 일어나서 질문을 하지 않았다.
“토끼몰이 작전은 아군끼리 총격전이 벌어질 우려가 있는 게 사격 통째 또는 사격 금지선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대한 전술원칙이 되어 있는가?” 라고 물었다.
그는 “가시거리(可視距離)내이기 때문에 아군끼리의 총격전은 일어날 수 없다.” 라고 답변했다. 아무튼 나는 똑똑하기로 소문난 장 대위처럼 명 강의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나는 부하 한 사람도 없이 단신으로 맹호부대의 어느 한 중대를 따라다니며 작전 견학을 하도록 돼 있었다. 맹호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은 우리 연대가 있는 곳으로부터 100km 떨어진 퀴논(Quy Nhon)시 외곽 지역이었다.
  1966년 9월 23일 「맹호6호 작전」이 개시되던 날 나는 아침 일찍 UH-ID 미군 헬기를 얻어 타고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한 시간 가량 날았다. 헬기 아래에서 전개되는 풍경은 흰 뭉게구름이 수평선에서 피어오르고, 옥색 빛깔을 한 바닷물은 파도를 치며,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에는 드문드문 심어진 야자나무가 어울려 하와이의 와이키키를 뺨칠 정도로 아름다운 것이었다.
도대체 이런 나라에서 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하는지 인간들의 무지막지함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관광이 아니라 작전 견학을 위해 날고 있음을 착각하지 말아야했다.
  나는 우리나라 군대의 모체였던 전통 있는 1연대를 택해서 견학하기로 하고, 그 연대의 전투 지휘소에 착륙했다. 하늘은 갑작스럽게 먹구름으로 가렸고 장대비가 수시로 내렸다. 상하(常夏)의 나라답지 않게 몸이 오싹오싹 추웠다. 정글과 바위로 산들은 대단히 험준하게 보였다. 그 일대 모든 장병들은 왼쪽 어깨에 맹호 마크를 부착하고 있었는데 나만 백마 마크를 붙이고 있어 바로 눈에 띄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맹호6호 작전」은 1966년 9월 23일에 개시해서 끝나는 날은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서 10월 19일에 종료하게 되었다. 작전지역은 퀴논 시 북방, 남북으로 100여 km 뻗어 있는 험준한 푸캇(Phu Cat) 산 일대였다. 공격 방향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좌측은 1연대 우측은 26연대가 나란히 진격하게 되어 있었다.
천하제일 연대라고 호칭되는 1연대는 우리보다 10개월 먼저 월남 땅에 상륙했었다. 그리고 625전란 때 혜산진까지 진격하여 압록강 물을 대통령에게 떠다 받쳤던 26연대는 우리보다 4개월 보다 먼저 월남 땅을 밟았었다. 나는 월남 땅에 온지 오래된 천하제일 연대를 따라 나섰지만 이틀이 지나도록 접전이 전혀 없었다. 도대체 적과 마주쳐 싸우는 것을 봐야 이야기를 하던 강연을 하던 할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맹호부대 사령부에 건의해서 접전이 가장 치열한 부대로 옮겨 달라고 했다. 때마침 보급을 위해 1연대로 왔다가 돌아가는 미군 헬기가 가는 길에 나를 26연대 전술 지휘소까지 실어다 주었다. 최초 파월한 한국군 장병들은 식량, 탄약, 헬기 등 거의 모든 지원을 미군이 직접 충족하게 해주었다.
  지형이 험한 것은 1연대 지역이나 26연대 지역이나 마찬가지였다. 1연대와 다른 것은 美구축함 2척으로부터 함포 지원사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글과 바위에 가려 구축함을 볼 수 없었지만 굉음을 내는 함포사격 소리는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내가 착륙한 고지 정상에는 26연대장 박○○대령과 참모들이 함께 있었고 사단 작전참모 박○○중령도 와 있었다. 그들은 백마부대 마크를 붙인 나를 멸시하듯 본체만체했다.
육사 출신과 비육사 출신, 구 육사출신과 정규 육사 출신, 맹호 출신과 백마출신, 전임자와 후임자 간의 쓸데없는 질투와 갈등은 이역만리 월남 전선에서도 여전했다. 물론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은 일부 극소수라고 단정하고 싶다.
  1966년 9월 25일, 나는 계속 북진 중이던 맹호부대 26연대 2대대 6중대와 합류했다. 맹호 26연대 6중대장은 간부후보생 출신의 김○○대위였다.
하늘이 보일 듯 말 듯 하는 정글 속에 우리가 전진하려는 방향으로 흙과 바위로 불규칙하게 연결된 소로가 있었다. 우리는 이 소로를 따라 첨병을 앞세우고 일렬종대로 길게 늘어서서 이동했다. 중대장 김 대위와 나는 대열 중간에 위치했다. 이 때 ‘꽝!’ 하는 소리가 한 번 나더니 이어서 ‘꽝꽝!’ 연속으로 수류탄 터지는 소리 정도의 폭음이 났다. 잠시 후 소대장으로부터 부비트랩이 터져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발목에 중상을 입었다고 무전으로 보고해왔다. 복수심에 찬 중대원들은 이 일대를 샅샅이 수색하다가 작은 개울 건너 동굴을 발견했다. 맨 처음 발견한 병사가 동굴 하단 오른쪽에서 뻥 뚫려있는 동굴 입구까지 포복으로 접근을 시도했다. 중대장 김 대위는 특공대 2개조를 편성해서 일개 조는 좌로 또 다른 일개 조는 우로 동굴 입구 바로 위까지 올라가도록 지시했다. 적은 양방향으로 접근하는 특공대를 저지하려고 수류탄과 사격을 가해 극렬히 저항했다. 우측으로 과감하게 오르던 분대장이 불행하게도 적의 직격탄에 맞아 전사했다. 분대장의 죽음에 분통이 터진 한 병사가 비 오듯 쏟아지는 적탄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 수류탄을 동굴을 향해 던지고 장렬히 전사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던진 수류탄은 안타깝게도 동굴 주변에서 터져 적에게 치명타를 주지 못했다. 결국 한 병사가 분대장을 위해 아니 육군 하사라는 가장 낮은 계급의 지휘자를 위해 초개(草芥)와 같이 목숨을 날렸다. 높은 계급의 상관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얼마나 아름다운 전우애이며 진짜 사나이인가. 중대장 김 대위와 나는 다시 한 번 이심전심으로 눈물을 흘렸다.    나는 말로만 듣던 맹호부대의 용맹스러운 전통을 직접 내 눈으로 가슴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하룻밤을 지새우고 이어 하루 종일 소로를 따라 북진했다. 얼마나 빨리 갔는지 대대와 중대간의 무전이 끊겼다. 우리가 휴대한 무전기는 2차 대전 말기에 만들어졌으며 625전란 때 썼고 월남전에까지 쓰고 있는 실정이다.
오후 6시경, 우리는 푸캇 산악에 솟아 있는 여러 고지 중 536m고지를 넘어 390m고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하루 종일 뚜렷한 접전은 없었다. 통상 오후 4시쯤 되면 방어하기 좋은 높은 지대를 찾아서 급편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휴식과 가면을 취하는 것이 밤을 지내는 데 안전한 방법이다.
맹호부대 용사들은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응사를 하며 완강하게 저항을 했다. 나는 여기에서 용기를 얻어 논두렁에 몸을 숨기고 우리가 내려온 절벽으로 포복해 갔다. 그 곳에는 6명의 병사와 함께 3명의 부상자가 바위에 엎드려 있었다. 응급시기를 놓친 부상자들 중 한 병사는 철모가 적탄에 맞구멍이 나서 흰 골과 선혈이 철모 속에 그득하게 나온 상태로 논 가운데 죽은 것 같이 엎드려 있었다. 나는 성한 병사 6명이 부상자 2명을 부축해서 조금이라도 높은 곳으로 옮겨 사주경계를 하며 밤을 무사히 넘기려고 했다.
  칠흑 같은 밤, 천둥 번개가 어느 정도 멎더니 비가 양동이로 퍼 붓 듯 내려 완전히 계곡이 홍수가 되어 버렸다. 밤 12시경 철모에 맞구멍이 나 논바닥에 쓰러져 있던 한 병사가 죽은 줄 알았었는데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길 잃은 노루새끼가 어미를 찾듯이 “왜-! 왜-!”하며 폭우로 인해 물바다가 된 계곡을 쉬지 않고 외쳐댔다. 적은 점점 포위망을 좁혀 오는데 그 외침은 온 계곡에 메아리쳐 우리들의 심장을 멎게 했다. 새벽 2시경 메아리치던 “왜-!”소리는 갑자기 딱 끊어지고 조용해졌다. 나는 혹시 적이 시체를 끌고 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가장 체격이 건장한 병사 한 사람을 내려 보내 확인시켜 보았다. “백마 중대장님! 철모에 맞구멍이 난 전사자의 시체는 논 가운데 범람한 물위에 떠 있었고요. 복부 관통상으로 전사한 전우의 시체는 바위 위에 누운 채로 있었습니다.”라며 목소리를 낮추어 가만가만 말했다. 우리는 두 시체를 수습해서 수풀 속에 감추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햇살은 따갑게 내려 쪼였으며 논바닥에 범람한 물은 너무 탁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아침부터 미군 헬기들이 우리를 찾는 듯 하늘 높이 뱅뱅 돌았고 여러 번의 구출 시도가 있었으나 치열한 적의 사격으로 구출 작전은 무산되었다. 정글에는 또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우리는 꺼져가는 두 생명을 이 자리에 놓아두고 차마 다른 곳으로 옮겨 밤을 보낼 수가 없었다. 적에게 노출된 현 위치에서 ‘죽으면 함께 죽고 살면 함께 살자’며 사주경계를 하고 밤을 새기로 했다. 미국 구축함의 함포사격과 함께 우리 포병들이 우리가 위치한 주변을 밤새도록 「요란사격」을 해주어 마음이 든든했다. 날이 새자 이제는 굶주림과 목마름의 한계를 넘어 눈이 십리만치 들어간 기분이었고 기력이 없어 정신이 몽롱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 와중에 허벅지에 관통상을 입었던 병사마저 숨을 거두었다. 그들은 전우들에게 간다는 인사도 없이 부모 형제에게 남기는 말도 없이 이역만리 머나먼 월남 땅 낯선 정글 속에서 짧은 일생을 영원한 조국을 위해 아낌없이 바쳤다. 고○○○하사,  고○○○상병, 고○○○상병은 이것이 군인의 일생이라는 것을 말없이 보여주었다. 갑자기 푸른 하늘을 찢는 듯 한 굉음이 산천을 진동시켰다. 우리는 모두 깜짝 놀라 하늘을 쳐다보았다. 미 공군 최신예 제트 전투기 4대가 나란히 날아와 한 대씩 내려 박히면서 앞산 320m고지의 와지선 일대를 맹타하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맹타가 끝나자 이어서 흰 연막탄을 투하하여 그 일대를 완전히 연막으로 치장해 버렸다.
                                             
뒷산 고지에서 헬기 한대가 닥아 와 퀴논으로
                                         
  이 때 어디선가 헬기 소리가 가깝게 들리는데 그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헬기 한 대가 뒷산 390m고지 뒤에 숨어 있다가 고지 정상을 가볍게 넘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나는 미 공군의 맹폭으로 적은 완전히 무력화되었으리라 확신했는데 미군 헬기 조종사는 적탄이 날아올까 착륙하질 않았다. 할 수 없이 내가 먼저 헬기에 올라가 팔 상박 부상자를 끌어올린 후 시체 3구를 하나하나 받아 실었다. 이 헬기에는 나를 비롯해서 부상자 1명과 사상자를 인계하기 위한 병사 1명 등 산 사람 3명과 죽은 사람 3명을 싣고 맹호부대 사령부가 있는 퀴논 비행장으로 향해 날았다. 그런데 남아 있는 5명의 병사들에게 미쳐 행동지침을 주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미 공군의 맹폭으로 적은 완전 무력화되었기 때문에 무사히 그들의 소대장과 중대장의 지휘 하에 들어갔으리라 확신했다.
  나는 헬기가 날자 마음이 놓이고 그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3구의 시체 틈에서 깊은 잠에 골아 떨어졌다. 헬기의 바퀴가 땅에 닿는 순간 일어나는 충격에 나는 눈을 떴다. 하얀 가운을 입고 캡을 쓴 기골이 장대한 여자 소령 한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백마부대 전○○ 대위님이시지요? 나는 맹호부대 간호주임 김○○소령입니다. 다치신 데는 없으신지요? 큰 행운입니다. 틀림없이 하나님이 돌봐주셨거나 조상님이 도와주었을 겁니다.”라며 내 양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었다.
  나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나의 직속상관인 백마부대 28연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했다. “연대장님! 7중대장 전○○대위입니다. 저는 지금 맹호부대 사령부에 와 있습니다. 부상당한 데는 없습니다. 저 때문에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백마 28연대 전근식 중대장의 생환과 인생의 큰 획(劃)
                                                   
  “전 대위! 살아 있었구만, 헬기를 보내줄 때까지 2~3일 퀴논에서 푹 쉬고 있어.” 연대장은 반갑게 말했다. 백마부대 중대장 전○○대위가 「맹호6호 작전」에서 전사했다고 주월 한국군부대는 물론 고국에까지 소문이 나 있었다는 것을 나는 얼마 후에 알았다.
  장교보충대 천막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첫 손님이 나를 찾아왔다. 나의 동기생이며 맹호부대 수색중대장인 김○○대위였다. 김 대위 역시 “야! 전근식 죽지 않고 살아왔어! 모두들 네가 죽은 줄 알았다. 이제 오래 살겠구만” 하면서 반갑게 포옹을 해주었다.
  이렇게 하여 피비린내 나는 「맹호6호 작전」 견학은 내 평생에 잊을 수 없는 큰 획을 긋고 막을 내렸다.


  끝으로 최초로 월남 땅을 밟았던 청룡, 맹호, 백마전투부대의 보병 소총 중대장은 90여명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사단, 연대 수색중대장과 정글(jungle)전에 적합하게 소총중대로 개편된 중차기 중대장이 포함되어 있다.
1964년 7월15일, 한국 정부에 정중한 파병요청서를 보내게 되고, 강력하고 적극적인 미국의 응원에 따라 한국은 월남파병을 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조국 근대화의 기초를 두고 ‘한강의 기적’을 만든 주역으로써 나라를 위해 희생 공헌하신 노력에 정부가 앞장서서 훈장 없는 국가 영웅들을 명예와 권리를 되찾는데 총 매진, 전진하여야 하며, 우리 월남전 참전자들은 1960년대 중반부터 근대 초반 어린 나이에 국가의 부름을 받아 이역만리 월남전에 파병되어 공산월맹군과 베트콩 등을 상대로 8년 8개월 동안 정글에서 치열한 전쟁을 치르며 생사를 넘나들던 훈장 없는 국가 영웅들에게 국가는 앞장서 보상해야하는 책무가 있으며, 이제 국가 영웅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는 일에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필자는 일생을 불편하게 살아가야하는 상이용사들, 고엽제로 인해 불치병으로 시달리는 전우들과 월남전참전자 325,000명이 ‘한강의 기적’을 위해, 또한 장렬히 산화한 5,099명의 용사들의 모습을 머리 속에 그리며 훈장(勳章)없는 국가 영웅들에게 존경과 박수를 보냅니다. 전략이나 전술을 논한 딱딱한 내용이지만 결코 허구(Fiction)도 없다. 다만 역사적 기록과 현실감 있는 표현을 위해 필지가 임의로 전근식을 내세웠다.
  아울러 이름 없는 참전 용사들의 ‘훈장 없는 영웅’들이 자기 몸을 불태워 빛을 내는 촛불처럼 부(富)는 국가에 안겨주고, 자신들은 부정부패라는 모진 세파에 또한 월남전참전자들에게 양민학살 했다는 현세대에 떠밀려 가난하게, 불명예스럽게 살아가고 있다는 아쉬움이 너무나도 통탄스러울 뿐이다.
  이 글을 월남 전장에서 싸우고 희생하신 훈장(勳章)없는 국가영웅들에게 바치는 바이다.
  전사자 영혼들에게는 마음의 국화 한 송이를 눈물을 함께 모아 엎드려 올립니다.


 
참고자료
파월한국군 전사 4권, 5권/국방부 통계로 본 베트남 전쟁과 한국군/최용호 국방부군사편찬연구소 베트남 전쟁과 한국군/국방부군사편찬연구소 잊혀 진 전쟁과 달러/박종식 동화서적 베트남 전쟁 5천년史/월남전참전자회
                                         


< 국방부 출입기자 김 만 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