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규 회장

(전)한국광고사진가협회

선조들의 청백리정신, 잊으셨나요?

청렴과 근신, 명성과 치적 빛나는 선비 이야기

권수평(?~1250)의 관향은 안동, 일찍이 대정(隊正)이 되어 가난하게 살 더니, 낭중 복장한(郞中 卜章漢)이라는 자가 억울한 죄로 귀양 가게 되었으므로 수평이 그의 직전(職田)의 전조(田租)를 받아먹었다.

그 뒤 장한이 사령(赦令)을 만나 석방되어 돌아왔다. 수평은 평소에 그와 서로 안면을 알지 못하는 사이였으며, 또 그 해의 전조(田租)는 이미 강(江)에 조운(漕運)중이었다.

수평이 전조의 문서를 소매에 넣고 가서 장한에게 주니, 장한이 말하기를, “내가 귀양 간 동안에 비록 그대가 전조를 받아먹지 않았더라도 어찌 다른 사람이 받아먹지 않았겠는가, 그대가 지금 나를 슬프게 여겨 그 전지를 돌려주면 그만인 것이다. 어찌 전조까지 돌려줄 것이 있겠소”라고 하였다. 수평이 말하기를, “남의 재난의 틈을 타서 그의 전조를 받아먹은 것도 오히려 불의한 일이라 생각되는데, 지금은 주인이 이미 돌아왔습니다. 내 어찌 차마 받아먹을 수야 있겠습니까?”라고 하고 드디어 그 문서를 던져 주었다. 장한이 이를 받지 않고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리자 수평은 마침내 문서에 돌을 매달아서 안으로 던지고 팽팽히 돌아가 버렸다.

견용(牽龍)이라는 직책은 직위는 낮으나 총애를 받는 자리이므로, 권귀(權貴)의 자제들도 다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수평이 대정(隊正)으로 견룡에 보직하게 된 것을 집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사퇴하니 친구가 말하기를, “이 자리는 영광스러운 선임(選任)이다. 세상에는 아내를 바꿔서 부(富)를 구하는 자가 많다. 그대가 만약 부자 집에 개취(改娶)하고자 한다면 누군들 아내로 주기를 원하지 않겠는가!”하였다. 수평이 말하기를, “가난한 것과 부자(富者)되는 것은 하늘에 달린 것이다. 어찌 차마 20년간을 같이 살아온 조강지처를 버리고 부자의 아내를 구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니, 말하던 자가 부끄러워하며 감복하였다. 벼슬이 추밀원부사(樞密院副使)에 이르고 평생 청렴으로만 살았다. <出 高麗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