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제주도지부, 베트남 전적지 순례


  그 시절의 추억 ‘아오자이 쇼’
  홍희철 지부장  ‘호국정신’ 강조


  월남전 참전 고엽제 전우들이 베트남의 옛 전적지를 찾았다. 어언 50~60년이 지난 세월, 우리 전우들은 젊음을 불살랐던 베트남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제주특별자치도지부(지부장 홍희철)는 17일부터 22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베트남 전적지 순례’ 행사를 진행했다.
  홍희철 지부장 인솔 아래 고엽제 전우 32명이 참가한 이번 순례 행사는, 월남전 당시 자유월남의 수도였던 호치민(옛 사이공) 일대와, 한국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호이안과 다낭 일대의 한국군 작전 전술 지역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이뤄졌다.
  순례단은 10월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 밤늦게 호치민 탄손넛 국제공항에 도착한 다음, 이튿날 18일 전우들은 호치민시(市) 일대에 있는 월남전의 흔적들을 돌아보았다. 자유월남의 수도였던 호치민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도시로, 풍부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자랑하거니와, 전우들은 먼저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7개 테마로 나누어 전시된 전쟁기념관에는 1960년대부터 1975년 4월 30일 자유월남이 패망할 때까지 발생한 전쟁 자료가 사진과 실물 조각 등으로 전시돼 있었다. 이 가운데에는 특히 고엽제에 의한 피해 상황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어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전우들로서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을 느끼며 숙연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전우들은 이어 자유월남의 대통령궁으로 사용되다가 월남전이 종식되면서 남북 월남의 통일이 선언된 장소인 대통령궁을 돌아보며 월남전 당시의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또한 전우들은 1887년 프랑스 식민지 시절 지어진 노틀담 성당과, 100년의 역사를 지녔다는 중앙우체국, 그리고 거대한 호치민 동상이 서 있는 시내 가장 중심가인 호치민 시청 등을 돌아보는 한편, 월남전 당시 한국군 비둘기부대가 한․월 유대 차원에서 당시 사이공(현 호치민시)의 디안 평화공원에 세웠던‘평화정’이라는 팔각정을 답사했는데, 이 정자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며 보훈단체나 관심 있는 국민들이 이를 개수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순례단은 이어 다낭으로 이동, 19일 한국군 해병휴양소가 있었던 차이나 비치를 찾아 월남전 때 전우들이 잠시나마 휴식을 취했던 기억을 되살리는가 하면, 저녁에는 전우들에게 이색적 이국 풍정(風情)으로 다가왔던 베트남 여인들의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주제로 한, 다낭 최대의 쇼라는‘아오자이 쇼’를 관람하며 월남에서 복무하던 젊은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전우들은 다음날 20일 동양 최대라는 해수관음상이 있는 썬자반도의 영응사를 관람했는데, 여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해수관음상 근처 미케비치는 월남전이 끝난 후 100만 명의 보트 피플이 자유를 찾아 국외로 탈출을 시도하다가 그중 50만 명이 죽은 장소로, 이를 애도하고 명복을 빌기 위해 20여 년 전에 세워진 것이 해수관음상이라니, 월남의 평화를 위해 싸웠던 전우들로서는 새삼 전쟁의 아픔을 도려내는 또 하나의 슬픈 스토리가 아닐 수 없었다.


  이어 전우들은 옛 프랑스 식민지 시절 베트남 중부지방 휴양지로 이용했던 해발 1650고지의 바나산으로 이동,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다는 6Km의 바나힐 케이블카 체험을 했는데, 케이블카에서 멀리 눈 아래 펼쳐진 남중국해를 바라보며 미군 수송선을 타고 남중국해를 건너 먼 베트남 전쟁터까지 왔던 월남전의 기억 속에서 ‘전쟁과 평화’를 새삼 가다듬기도 했다.
  순례단은 21일 호이안으로 이동, 청룡여단 본부 터와 십자성 부대 군수지원단, 그리고 십자성 경비 중대 자리 등 월남전 당시 고엽제 전우들이 복무했던 한국군 주둔지와 격전지를 돌아보았다.
   전우들은 월남전 당시 베트콩과 공산 월맹군과 전투를 벌였던 호이안 일대가 전쟁의 상흔을 씻어내고, 지금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서 베트남의 대표적 관광지의 하나로 발돋움하고 있음에 감개가 넘치는 심경이었다.
  이날 전우들은 참전 당시 접하지 못했던 호이안의 명물 ‘바구니 배’를 타보는가 하면 시가지와 박물관을 견학하고, 자전거를 개조한 2인용 씨클로를 타고 푸킨회관, 일본내원교, 떤끼하우스, 관운장사당과, 호이안 전통시장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호이안의 면모를 만끽하며 참전 당시 전투 지역의 험난했던 모습을 회상하기도 했다.
   전우들은 월남전 현장의 순례를 마치고 22일 새벽 다낭 국제공항을 출발, 인천과 김포공항을 거쳐 이날 낮 제주국제공항에 도착, 4박 6일간의 베트남 전적지 순례를 마쳤다.
  순례를 마치면서 홍희철 지부장은, “베트남 전적지 순례를 하며 60년 전 월남전에 참전하여 용맹을 떨쳤던 전우들이 전쟁의 기억을 되살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국가를 위해 목숨 바쳐 헌신한 호국의 역사가 살아 숨쉬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고, “특히 이번 월남 전적지 순례가 고엽제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 전우들의 나라 사랑 정신이 폄훼되거나 홀대받지 않는 보훈 문화가 뿌리내리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원민 고엽제전우회 제주도지부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