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케전투  /안케패스대혈전전승전우회 이필영 운영위원장


          안케의 사자(死者) 유종철 전우, 330일간의 포로생활


  닉슨 대통령의 평화회담과
  8년 만에 최초의 포로송환


  유종철은 새벽 5시30분 기상 인원 보고 후 하루의 일과를 시작했다. 태권도 2단인 유종철은 선한 팔로 태권도 기본동작을 하며 운동을 했다. 이를 본 포로들과 월맹군들은 그 후 유종철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혼자 격리 수용해 차별을 두고 고구마도 1개 더 주는 호의를 베풀었다. 특히 비오는 날에는 세뇌공작을 더 많이 받았고 전향 권유도 함께 받았으며, 6월16일 경에는 부상 부위도 대부분 나았다.
  포로생활의 일과는 산속 고구마 밭에서 풀을 메고 고구마를 캐어 2~3시간 짊어지고 감시병을 따라 운반해 작전 중인 월맹군에게 전달하는 일을 했다.
  어느 날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북한의 선전용 삐라와 책 5권을 주고 갔다. 넥타이 맨 북한 사람이 “북한이 한국보다 더 좋은 것이 많고 북한으로 가면 영웅 대접을 받는다”며 북한으로 가자고 했으나 유종철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주고 간 책을 보지도 않고 담배를 말아 피우다 들통이 나서 그 죗값으로
나무족쇄를 차게 됐고 며칠 후 반성문을 쓴 후 족쇄에서 풀려났다.
  주위에는 월맹정규군 부대가 있었다. 그곳에서 배식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월맹군들의 남루한 옷차림은 거지 중에 상거지였고 몰골은 막대기같이 말라있었다. 유종철은 이들의 양식을 농사지어 운반하는 노역자로 강제 노동을 했다.
  1972년이 저물고 1973년 1월 15일 월맹군 감독이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중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평화회담을 성사시켜 월맹군 포로와 미군 포로를 서로 교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포로생활 10개월을 하다 보니 ‘서당 개 삼면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뜻이 유종철은 감독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 말이 있은 후 일행 30명과 수용소를 떠나 포로교환 장소로 떠난다는 소식이 있어 실로 감격의 눈물을 계속 흘렸다. 악몽 같은 지옥에서 벗어나 그리운 조국에 갈 수 있는 꿈을 계속 꾸어 보았다.
  포로가 된지 330일 만인 1973년 3월 25일. 유종철은 파월 사상 8년 만에 최초의 포로 송환자가 되었다.


  330일간의 포로생활은 영화 ‘The Killing Fields(킬링 필드)’나 ‘The Dear Hunter(디어 헌터)’ 그 이상 몇 배의 고난과 고통, 공포, 육체적, 정신적 피폐가 있었고, 특히 북한의 끈질긴 월북 회유와 공갈 협박 종용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서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