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 호 박사

한국안보평론가협회 회장/행정학박사

 비극의 땅 아프가니스탄

인구 3,700여만 명, 영토면적 65만여km², 1인당 GDP 2,100$의 후발개도국으로서 중앙아시아 내륙국가이며 이란, 파키스탄,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영국 지배하에 있다가 1973년에 공화국을 수립했으나 1978년에 공산화되자 소련이 침공 점령했다. 1992년에 공산정권이 붕괴되면서 소련이 철수하고 이스람공화국이 선포되었다. 1996년부터는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였으며, 2001년 9월에 탈레반 두목 빈 라덴이 뉴욕의 무역센터를 공격한 911테러를 자행함에 동년 10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여 2021년 9월까지 20년간 탈레반 소탕 작전을 펴왔지만, 빈 라덴 사살 외에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 미군이 완전 철수하자 말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재장악하게 됨으로써 미국이 지난 20년간 미국의 전략거점으로서의 친미정부를 만들고 희소광물자원을 획득코자 2,440여 명이나 전사자를 내고 2조2,600억 달러의 전비를 쓴 결과가 徒勞에 거치고 만 것이다.

30만 명이 넘는 아프간 정부군은 7만5천 명에 불과한 탈레반에 무릎을 꿇었다. 싸울 의지가 없는 군대는 수적 우위와 미국이 준 최첨단 장비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국가 지도층이 무능하고 부패하면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다는 생생한 증거다.

 한국안보와 의미 상관성 그리고 한•미 관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이며 부시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였던 마크 티센은 "한국도 이런 종류의 지속적 공격을 받는다면 빠르게 붕괴할 것"이라며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미국의 동맹은 사실상 없다"고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하여 한국을 혹평했다. 그는 이어서 "미국이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모든 미군을 철수했더라면, 한반도는 재빨리 북한의 지배 아래 통일됐을 것"이라며 "미군이 여전히 한국에 주둔하는 이유는 평양의 침공을 저지하고 그 비극초래를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의 도움 없이 스스로 적의 침공을 방어할 수 없음이 미군의 한국 존재 이유"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지난 20년간 아프가니스탄 국가 재건을 지원해온 미국이 돌연 태도를 바꿔 미군을 철수시킴으로써 반정부 탈레반이 정권을 잡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70년간의 한미동맹 의리를 저버리고 등을 돌리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 붕괴 사태와 한국의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입지, 역할 등을 고려할 때,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는 동맹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 한국은 미국에게 중국견제를 위한 최고의 카드"라는 말과 상통한다.

그러나 이 같은 아전인수식 평가와는 달리, 이제 미국은 종래와 같이 세계경찰의 역할을 자임하면서 안보와 경제의 公共財를 무상으로 제공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러한 미국의 입장 변화는 사실상 오바마 행정부 때 이미 시작됐으며,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모든 동맹국에게 적용되는 교훈으로서, 결국 동맹국들이 미군의 책임과 역할 및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국익 추구 전략임을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도 미국의 사활이 걸린 지역, 즉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이 포함돼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과거 오바마 정권 당시 이미 이라크와 아프간 철군, 아시아 재균형 등을 언급했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언 강조한 만큼, 현재 바이든이 '선택과 집중'을 재강조함은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미국 제일(America First)에서 미국복귀(America is Back)로 구호가 바뀌었을 뿐이다.

따라서 "미국이 인도태평양의 핵심 국가이자 주요 동맹국인 한국에게 중국 견제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재촉구함은 당연하다"는 해석은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보다 중국이 더 중요하고, 북한 위협에 대해선 핵을 제외하면 한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향후 주한미군의 역할이 현재의 북한 위협 대비/한국방어에서 중국견제/재배치(re-deployment)로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는 유추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미국이 강권하는 4각 안보동맹에 한국이 합류하지 않고 從북/親중/反미/背일 정책을 계속함은 百害無益한 倒行逆施이다.

 아프가니스탄과 월남 패망은 일란성 쌍둥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수도 카불이 함락 위기에 몰리자 자기만 살겠다고 돈다발을 싸 짊어지고 UAE로 망명했다. 이제 미군이 철수하자 아프가니스탄은 無主空山이 되어 탈레반이 20년 만에 손쉽게 재집권을 하게 된 것은 권력층의 분열과 무능, 부패와 불의 때문이다. 아프간 정부군은 서류상 30만 명이었지만 실제로는 월급만 받아가는 유령 병사가 대부분이었고 미국이 지원한 국방비는 거의 지도층이 빼돌려 착복했다. 미군으로부터 받은 신무기를 탈레반에 팔아먹는 이적행위를 하고 적과 동침하는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이 망하지 않는다면 정상이 아니다.

1975년 당시 사이공 함락 상황과 판박이로 닮았다. 특히 월남은 미군의 강력한 군사지원과 월맹군보다 100만 이상 많은 병력과 미국이 남기고 간 현대무기에도 불구하고 쉽게 무너졌다. 아프가니스탄 패망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 고도화 성취로 대남 도발위협을 시현 함에도 정부는 비핵대응수단인 삼축 체제 건설을 지연시키고 있다. 김여정의 한미연합훈련 폐지요구에 호응하여 훈련을 축소함으로써 한미연합사의 박제품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악의 세력이 준동함은 물론, 적과 내통한 F-35A 스텔스기 도입 반대 간첩단 사건이 발각되어도 은폐 보도와 미온적 대처로 쉬쉬한다. 설상가상으로 문재인이 레임덕 도래에도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종전선언을 노래하고 있음은 시대착오적 우행 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군이 스스로 싸우지 않는 전쟁을 미국이 대신 싸워 줄 수 없다”고 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자기 나라를 지키려는 의지가 없는 나라를 끝까지 보호해 줄 우방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아프가니스탄과 월남 종말 사태는 꼭 닮은꼴이고 한국의 反面敎師이며 他山之石임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