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호 근

(예) 공군 소장, 정치학 박사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곳이다. 그래서 한반도 통일안보 문제를 논할 때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같은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당면한 문제로 항상 제기된다. 물론 한반도 통일은 당사자인 남북한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중국의 부상과 북·중 유대관계, 동아시아에서 미·중의 전략적 패권경쟁 등,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한국의 안보환경은 우리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2016년 사드 배치 결정 전후에 벌어진 한·중 간의 찬반 논쟁과 갈등, 특히 한국에 대한 중국의 위협과 그 후 보복 조치를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최근 지난 8월에도 연례 한미 연합군사 훈련에 대해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부 장관 회의에서 “미국과 한국이 연합군사 훈련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건설적이지 않다”고 한국 내정을 간섭하는 발언을 한 것도 좋은 예다.

이러한 지정학적으로 복잡하고 첨예한 안보환경 속에서 6·25전쟁 시 인천상륙작전(Operation Chromite) 이후 유엔군의 38선 돌파를 합법화하기 위해 유엔이 ‘10·7 통한(統韓) 결의’를 했을 때, 유엔의 활동에 대한 중국의 움직임을 고찰하여 현재 우리의 통일안보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교훈을 상기해 보고자 한다.

▪유엔의 6·25전쟁 개입 경위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은 38선 전역에 걸쳐 전면 남침을 개시하였다. 전쟁 발발 소식을 접한 미국은 25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긴급 소집하여 북한의 무력공격은 평화를 파괴하는 ‘침략행위’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북한은 즉시 전투행위를 중지하고 그 군대를 38도선 이북으로 철수시킬 것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하였다. 그리고 6월 27일 안보리 2차 회의에서는 유엔군 파병을 결정하였다. 그 후 7월 7일 안보리에서는 한반도의 유엔 군사 활동을 위해 유엔군사령부를 창설하고, 미국에 최고지휘권을 위임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그리고 미국은 맥아더(Douglas MacArthur) 장군을 유엔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하였다.

▪유엔과 한국의 통일문제

7월 7일의 안보리 결의에서 유엔군의 참전 목적은 ‘북한의 무력공격을 격퇴하고, 국제평화와 한반도에서의 안전보장을 회복’한다는 내용이었다. 북진을 주장하는 이승만 대통령은 전쟁의 궁극적인 목적을 통일에 두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미국도 한반도 통일문제를 긍정적으로 보았다.

[사진] 38선을 돌파 기념 목비(木碑)를 세우는 김백일 제1군단장

(출처: 6·25 전쟁사, 군사편찬연구소)

미국 정부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전세가 호전됨에 따라 9월 27일에는 38선 이북에서의 군사작전을 허가하였다. 다만, 강대국 간의 전면전쟁을 막기 위해서 지상군과 공군 이 소련이나 중국의 국경을 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였다.

10월 1일 한국군이 38선을 돌파하여 북진을 시작한 후, 10월 7일 유엔총회는 한반도의 통일과 부흥에 관하여 압도적 다수로 새로운 결의를 채택했다. 이 결의 속에서 유엔은 한국에 관한 원래의 목적이 통일·독립·민주 한국을 수립하는 것임을 상기시키고, 전쟁 발발 직후 안보리 결의에 기초를 둔 유엔군의 행동 및 회원국의 대한(對韓) 원조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7개국으로 구성된 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회(UNCURK)를 설치하여 운영한다는 내용을 결의하였다. 무엇보다도 10월 7일 유엔 결의가 군사적 측면에서 더욱 중요한 이유는 유엔총회 결의로 유엔군의 38선 돌파가 승인되었기 때문이었다.

▪유엔총회의 ‘10·7 통한(統韓) 결의’와 북진

당시 전쟁 상황은 인천상륙작전과 반격작전의 성공으로 유엔군은 승리의 문턱에 서게 되었으나 38선 이북으로의 진격은 안보리의 결의를 수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즉 전쟁 발발 직후 안보리 결의는 단순히 침략자를 38선 이북으로 격퇴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이를 변경해야만 했다. 유엔으로서는 새로운 침략행위를 방지하고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회복하기 위해 이러한 차제에 38선을 돌파한 후에 북한군을 전력을 섬멸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유엔으로서는 정치적으로 38선 돌파문제와 한국의 통일문제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미국의 주도로 마침내 10월 7일 유엔에서 유엔군의 38선 월경을 승인하는 결의안이 총회에서 통과되었다. 이것이 이른바 유엔 주도하에 한국의 통일을 실현하겠다는‘10·7 통한(統韓) 결의’였다.

[사진] “38선의 유엔군”

(출처: Jon Halliday & Bruce Comings, Korea: The Unknown War (1988))

이로써 유엔군은 군사적 목표인 북한군의 격멸과 정치적 목표인 한반도 통일 달성에 필요한 유엔 결의를 모두 확정하였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은 10월 9일 유엔의 ‘10·7 통한 결의’를 김일성 북한군 최고 사령관에게 알리는 동시에 적대행위를 즉각 중지하라는 최후통첩을 전달하였다. 그리고 ‘통한 결의’ 이틀 후, 10월 9일 유엔군이 38선을 넘어 북진을 시작했다.

그 후에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던 한국 제1군단은 10월 10일에는 원산을 점령하였고, 26일에는 미 제10군단이 상륙하여 한국군을 지원하였다. 한편, 서부전선을 담당하고 있던 미 제8군은 10월 20일에는 평양을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유엔군의 공식적인 북진과 북한 영토의 점령은 이제 한국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통일정책이 구체화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유엔은 10월 13일에 북한지역을 한국 정부의 통치 아래 두지 않을 것을 명백히 밝혔다. 그리고 통일 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총선거가 행해질 때까지 유엔군 사령관의 통치 아래 둘 것을 결의하였다. 이로 인하여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통일정책은 계속 유엔과 마찰을 빚기에 이르렀다.

▪중국의 우려와 미국에 대한 경고

한편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의 움직임에 대해서 중국은 전쟁 발발 직후부터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었다. 실제로 중국이 6·25전쟁에 개입하려는 계획과 의도를 갖게 한 것은 1950년 7월 미국이 지상군을 한국에 파병한다는 트루먼(Harry S. Truman) 대통령의 결정이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미군이 단지 북한군의 공격을 저지하는 정도뿐만 아니라 전세를 역전시켜 중국 국경까지 밀고 올라올 가능성을 예견했다. 그는 인민해방군에게 한반도에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병력을 배치하고 군수지원을 준비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8월까지 군사적인 준비를 완료하려고 했다.

1950년 8월 20일 저우언라이(周恩來) 외상은 “중국은 한국 문제 해결 방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유엔에 전문을 보냈다. 그리고 8월 28일에는 미 국무부와 유엔에 “미군 항공기가 중국 영공을 침입하여 공중폭격으로 인민을 살상하고 차량을 파괴했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9월 저우언라이는 침략군(유엔군)이 국경까지 접근하도록 기다리지 않고 북한을 도울 것이라는 태도를 명확히 했다. 중국은 유엔군이 38선을 넘으면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기 힘들 것이고 25만 명의 중국군을 보내 북한을 도울 것이라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고성 성명과 암시는 중국의 당 기관지나 공공기관의 선전에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들 기관은 앞을 다투어 그동안 중국 인민의 반미감정을 부추기면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중국이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그리고 당과 정부의 간부들이 잇달아 미국에 대하여 위협적인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6·25전쟁 당시 미국과 중국은 국교가 수립되어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주중 인도대사 파니카(Sardar K. M. Panikkar)가 6·25전쟁 기간 중 중국과 서방세계 사이의 외교 대화의 창구였다. 당시 파니카는 한국과 관련된 극적인 사건에 계속 연관되었다. 인천상륙작전 성공 후에 미군이 중국 영토에 더욱 근접하게 되자 9월 25일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 대리 녜룽전(攝榮臻)이 파니카에게 유엔군이 38도선을 넘으면 중국은 군사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9월 30일에도 저우언라이는 중국 정부 창설 1주년 기념 연설에서 “중국 인민은 외국의 침공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웃 나라가 제국주의자들에게 침공당하는 것을 절대 참지 않을 것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하였으나 별다른 주의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10월 1일 한국군이 38선을 넘어 북진하자 저우언라이는 10월 3일 자정에 파니카를 불러 만일 유엔군이 38선을 넘으면 중국은 북한을 돕기 위해 군대를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군이 38선을 넘을 경우는 이러한 행동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파니카가 과거에 중국 공산주의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을 실제로 한 적이 자주 있었기 때문에 그의 언급은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트루먼 대통령, 애치슨 국무장관, 그리고 맥아더를 포함한 최고 미국 지도자들은 38선에서 진격을 정지하면 미국의 약점과 우유부단함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미 국무부 관리들은 군사개입에 관한 중국의 위협은 무시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공군의 개입과정

‘통한 결의’ 이틀 후, 10월 9일 유엔군이 38선을 넘어 북진을 시작했고, 10월 10일 중국 외교부는 공개적으로 “미군이 대규모로 38선 통과를 시도하고 있는 이때, 중국 인민은 미군의 한반도 침입으로 야기된 이러한 중대한 상황에 대해 방관할 수 없다. (중략) 확전으로 가는 위험한 추세에 대해 한반도에서 미국의 침략전쟁은 최초부터 중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어왔다”고 최후 경고를 발표했다. 유엔군이 북한진입을 시작하자 중국의 개입 우려는 증가했다. 그러나 미군이 38선을 넘어 북진했을 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중국의 대량 군사개입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미국의 판단은 상당히 더욱 자신을 갖게 되었다. 반면에 중국 외교부는 유엔군의 북한 영토로 전진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해왔던 구두 노력을 10월 10일부로 종결지었다. 동시에 베이징은 구두 경고를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동원령을 내리고 중공군을 압록강 인근에 전개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맥아더가 웨이크섬에서 투르먼에게 중공군의 개입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한 10월 15일 바로 그날 중국은 한국전 참전을 결정했다. 1950년 10월 1일에서

[사진] 압록강을 건너는 중공군(1950년 12월)

(출처: 이세기, 『6·25전쟁과 중국』)

15일까지 중국 중앙정치국은 마오쩌둥 주관 아래 여러 차례 회의를 소집하여, 전면적이고 심도 있게 당시의 형세를 분석하고 군사 개입 시 직면할 만한 난관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후에 참전을 결정했다. 10월 8일에 마오쩌둥은 팽더화이(彭德懷)를 지원군 사령관으로 하는 중공군 편성에 관한 명령을 하달했다. 이러한 결정에 따라 팽더화이는 10월 16일 야간에 제42군의 일개 여단을 한반도로 진입시켰다. 그러고 나자 10월 19일 저녁 어둠 속에서 대량의 중공군이 압록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자정쯤 마오쩌둥은 중공군 부대들이 한국으로 순조롭게 진입했다고 보고 받았다. 이로써 중공군 개입(중국 측에서는 항미원조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중공군은 10월 16일 압록강을 건넜으나, 중국이 전쟁 개입을 최종 결정한 것은 10월 25일이었다.

▪맺는 글(교훈)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한반도가 중국 문화권에 속하며 그들의 안보에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로 보아 왔기 때문에 한반도에 대한 외세의 진출은 그들의 안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역사적 교훈에 따라 한반도는 최소한 우호국이나 완충지대로 있어야 한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다. 1950년 10월 16일 전쟁 개입 최종 결정 단계에서 지원군 사령관 팽더화이는 중공군의 사단 급 지휘관 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정치국이 한국에 군대를 보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전달하면서, 전쟁에 개입을 결심한 이유는 “북한을 지원하는 것 또한, 우리 자신의 국방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라고 지휘관들을 설득했다. 70여 년 전이지만 6·25전쟁 시 중공군의 개입도 순망치한과 같은 맥락에서 알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대립과 갈등을 반복하며 전략적 패권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유엔이 결의한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에 소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또 중국은 한반도 통일이 평화적이고 외세의 개입 없이 자주적으로, 비핵화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표명하지만, 통일보다는 북한이 계속 완충 지역으로 존재하는 현상 유지를 바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은 앞으로도 한국이 외교통일 전략을 수립하는데 주요 고려요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1950년 유엔총회의 ‘10·7 통한(統韓) 결의’가 중공군의 전쟁 개입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큰 교훈이 될 수 있다.

▣ 필자 약력

전투 조종사 출신 예비역 공군 소장으로 정치학 박사다. 현역 시절에는 주미대사관 공군무관, 비행단장, 연합사 정보참모부장, 국방대학교 부총장 등을 역임했으면 전역 후,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 연구원, 한국공군발전협회 연구위원회(현, 항공우주력연구원)의 초대 연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