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태 인

국방전우신문 논설위원

   우리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리 빈셀 버지니아공대 교수와 앤드루 러셀 뉴욕주립대 폴리테크닉 인스티튜트 교수는 혁신을 ‘이익을 내기 때문에 성과가 측정될 수 있는 변화’로 정의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은 막대한 이익을 냈고 뚜렷한 성과를 냈다. 아이폰처럼 유형적이고 성과 측정이 가능한 것이 진짜 혁신 제품이다. 기업들은 혁신을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하고 있다. 혁신은 말 그대로 가죽을 벗겨내는 고통이 따른다.

미국 ‘3M’에는 직원들이 근무 시간의 15%를 혁신적인 아이디어 창출을 위해 사용하는 ‘15% 문화’가 있다. 1948년 시작된 이런 문화의 결과로 ‘포스트잇(Post-it)’이라는 유명한 상품이 탄생됐다. 이 제품은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나왔는데, 그 시작은 3M의 초강력 접착제 프로젝트였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표면 상태를 가리지 않고 어디에나 붙는 대단한 접착제를 발명했다. 하지만 대단하다고 불리던 접착제는 그 위에 물건을 붙이자마자 굳어버린 뒤 흘러내려 떨어져 버렸다. 당시는 실패작으로 간주됐다. 그래서 이 접착제는 버림받게 되었다. 일단 3M이 이 실패작으로 보이는 접착제를 만들고 나서 계속 상업적 용도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고, 마침 세미나에서 그 접착제를 본 아서 프라이가 책갈피로 써보면 어떻겠나 싶어서 3M의 과학자인 스펜서 실버에게 그 접착제 샘플을 받아 발명한 제품이다. 그리고 아서 프라이가 직장에서 간단한 메모를 남기는데 써보고 나서 매우 유용할 것이라 판단해서 접착 가능한 메모지 상품을 구상했다. 애초에 접착제를 발명한 당시에 스펜서 실버는 20대 중후반의 입사 2년차 신입 연구원이었는데 이 제품을 어떻게든 활용해 보려고 본인도 연구하고 주위에 상업적 활용에 대한 연구를 의뢰하기 위해 세미나도 열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몇 년이 지나고 나서야 몇 년 전의 세미나 때 본 그 접착제를 기억해낸 같은 회사의 직원 아서 프라이가 알맞은 용도를 알려준 덕분에 빛을 본 것이다. 혁신적 사고에 의해 종이에 바르면 종이를 이곳저곳에 붙였다 떼었다 하기 쉽고, 접착제도 안 남는 점에 주목하여 제품으로 만들어져 3M의 효자 상품이 되었다. 현재는 제조 회사를 불문하고 사실상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메모지'를 가리키는 대명사처럼 포스트잇(Post-it)이 쓰이고 있다.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 Inc.)는 조 게비아(Joe Gebbia)와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 네이선 블레차르치크(Nathan Blecharczyk)가 머물던 샌프란시스코의 한 아파트에서 시작됐다. 이 아파트는 조 게비아의 집이었는데, 2007년 3명의 공동창업자가 함께 지내던 곳이다. 세 사람은 새 사업을 시작하겠다며 다니던 직장을 나왔다. 조 게비아는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분출해냈다. 그러다 세 사람은 집 안에 남는 공간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집이 큰 건 아니지만, 잘 쓰지 않는 공간이 있었던 것이다. 마침 2007년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대규모 디자인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었다. 호텔마다 손님들로 만원이었다. 조와 브라이언, 네이선은 가욋돈을 벌고자 3명의 디자이너에게 집을 빌려줬다. 세 창업자는 손님에게 샌프란시스코의 커피숍과 식당을 소개하고 아파트 근처 동네를 보여줬다. 손님에게 에어베드(AIR BED)와 아침(BREAKFAST)을 제공해줬다는 점에 착안해서 만들어진 게 지금의 에어비앤비(Airbnb, air bed ＆ breakfast)다.

에어비앤비는 그동안 상품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집’에서 가치를 창출한다는 개념에 바탕을 둬 사업을 확장했다. ‘어차피 남는 방’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혁신적 사고에서 출발한 것이다. 에어비엔비는 일반 주택에 공유 가치를 입혀 숙박의 지평을 넓히고 숙박업인데도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는 사업모델로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었다. 핵심 경쟁력은 공급자와 소비자를 간편하게 연결하는 소프트웨어에 있으며 구글, 아마존과 네플릭스 등 다른 혁신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네트워크 효과를 살린 것이다. 2020년 12월 10일에 나스닥(NADAQ)에 기업공개(IPO)를 성공리에 마치며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글로벌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의 2배, 힐튼의 3배를 넘는 기업 가치로 성공 요인은 공유경제 플레이의 혁신 DNA에서 찾을 수 있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높이뛰기로 금메달을 딴 미국 선수 딕 포스베리 이야기다. 그는 키도 작고 체격도 왜소했다. 그는 이런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자들이 앞쪽으로 장대를 뛰어넘을 때 그는 대각선으로 달려들어 등으로 2.24m 높이의 장대를 뛰어넘었다. 이것이 ‘배면뛰기(포스베리 플롭)다. 경영컨설턴트 피터 피스크는 이를 두고 포스베리처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혁신적 사고를 해야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포스잇, 에어비엔비, 포스베리에서 보았듯이 기업이나 사람이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혁신적 사고로 무장하여 대한민국이 G7에서 G2로 도약하는 결기(決起)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