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정 원

국방전우신문 원로고문

“국회는 전투수당 지급 상정 법안을 즉시 통과시키라”

월남참전 전우와 미망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부모의 일’로 생각, 지체시간 없어

어두운 터널 지나 삶의 보람 갖도록

2019년 ⌜호국보훈의 달⌟을 맞은 어느 날, 나는 전우가 운영하는 유튜브 프로그램에 출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납니다.

주월 한국군사령관을 역임하셨던 채명신 장군께서 생존해 계실 때 저를 집으로 초청하여, “내가 주월 한국군으로 있을 때 전투수당이 한국군에게 나온다고 알고 있었다. 석 회장이 확인하여 의문점을 풀어주기 바란다”라는 말씀을 듣고 나는 한국은행과 기획예산처를 3개월 동안 왕래하며 알아봤으나 이와 관련된 자료는 전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사령관님께 그 결과를 보고하니 사령관께서는 “그것이 문제다. 전투수당은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의 생명에 대한 위험수당이 분명하므로 정부에서 지급해야 한다”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확실한 것은 미군은 월 65달러를 받고 있었으며, 월남전에 참전한 외국군들은 해당 국가에서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파월장병들은 50여 년이 지난 아직도 전투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가가 미지급한 파월장병 전투수당을 목숨 걸고 찾아내자”고 외치며 지금까지 곧은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전우 생각과 열정 속에 국방전우신문에서 전투수당 추진 활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2012~2013년 전투수당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제가 위원장, 채대석 회장(전국월남참전ROTC회장)이 부위원장으로 하여 서울 ‘용사의 집’에서 그동안 전국 지역 대표들을 선정하여 확보된 2백여 전우들을 모아 전투수당추진전진대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지요. 여기서 전우들이 가장 궁금해한 것이 “왜 언론사가 주관하여 진행하는가?”였습니다.

그때 월남전참전자회는 온갖 송사(訟事)가 자주 일어나며 임원들이 업무 정지로 중요한 때 전우들을 대변하는 국회 활동을 할 수 없을 지경에 있었지요. 전국 전우들은 이런 상황에서 부득이 “국방전우신문에서라도 전우들을 대신하여 전투수당 추진 활동에 앞장 서 주면 전우들이 희망을 갖고 이 업무를 열심히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건의가 빗발처럼 날아와 이 일을 추진케 된 것입니다.

이후, 우리는 지사 인력을 동원하여 300인 기동대를 발족시키고 지역 의원들에게 ‘파월용사 전투수당 지급 특별법 제정 동의서’를 받는 일에 화급(火急)을 요 하는 자세로 참여하여 162명의 동의서를 받아 냈으며 그 상황을 국방전우신문에 사진과 함께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전우들은 ‘월남참전자 전투수당 지급 특별법 제정 청원서’를 전국 5개 보훈병원을 비롯하여 거리 캠페인 등을 전개, 75만여 명의 서명지를 모아 현재 신문사 서고(書庫)에 소중히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큰 보물이요 귀하게 사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명지에는 “노병들이 죽기 전에 인간다운 삶을 영위 가능한 최저생계비 매월 100만 원 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기 발의된 ⌜월남전참전군인의 전투근무급여금 지급에 관한 특별법안⌟ 제정에 찬성하며 적극 협조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함께 있습니다. 전국의 많은 전우들이 땀을 흘렸지요. 그리고 이의 추진에 정책개발과 학술적인 뒷받침을 위해 연구실을 활성화시켰으며 당시의 영어 원본 등을 찾아가며 연구에 골몰했고, 그때 전국 미망인(유족) 중 일부는 서울 국회의사당과 국방부 정문 앞에서 온몸에 쇠사슬을 칭칭 감고 “전투수당 지급, 생계를 보장하라”는 플래카드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전개했습니다. 참으로 눈물겨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당시 전투 참가지역이 해외로, 한국전쟁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때, 국회에는 △이언주 의원(대표발의)의 ⌜월남전 참전군인의 전투근무급여금 지급에 관한 특별법안⌟ △정동영 의원(대표발의)의 월남전 참전군인의 전투근무수당미지급금 지급에 관한 특별법안⌟ △민병두 의원(대표발의)의 월남전 참전군인의 전투근무수당 미지급 관련 진상규명 및 전투근무 급여금 지급에 관한 특별법안⌟ △경대수 의원(대표발의)의 ⌜월남전 참전군인 보상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방위원회에 상정되어 있었습니다. 이 법안들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제20대 국회에서 회기가 끝나며 자동 폐기됐습니다.

또다시, 제21대 국회에서는 윤상현 의원, 설훈 의원, 강민국 의원의 대표발의 안건이 상정되어 있고, 지난 20일에는 설훈 의원이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월남전참전군인의 전투근무수당 미지급 관련 진상규명 및 전투근무급여금 지급에 관한 특별법안⌟등 2개 발의법안에 대한 제안 설명 후 ‘원안 통과’ 협조를 요청해 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참전용사들이 지급 받지 못한 전투수당을 찾아주시기 위해 관련 법안 등을 발의하여 주신 국회의원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파월기간인 1960년대는 6ㆍ25 전쟁의 영향으로 그 당시엔 보릿고개 시절로 전우들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절이었고, 당시 파월용사들은 농어촌 출신들이 상당수였으며, 힘도 없고 특별법 제정에 관한 법률적인 내용도 잘 알지도 못했습니다.

노병들의 평균나이 76세, 일부는 80세도 넘은 분들이 생활의 어려움과 고엽제 등으로 고통 속에 살고 계신 오늘의 생활상황을 볼 때, 국회와 정부 관계자들은 “자신의 부모님들이 너무도 큰 고통 중에 살고 계신다”라는 생각으로 국회 상정 특별법안의 통과와 조속한 보상 지급으로 전우들과 미망인(유족)분들에게 희망과 용기, 그리고 긍지를 가지실 수 있도록 하여 주시길 간절히 두 손 모아 바라는 바입니다. 이제 우리가 살아야 얼마 더 살겠습니까? 그리고 우리가 사는 목적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전우들은 너무 힘들어 지쳐있습니다. 어느 때인가 대통령께서는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헌에 대한 예우와 보답은 국가의 책무”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한마음으로 좋은 결실을 가져와 전우와 미망인(유족)들의 울음을 그치게 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 한 번 울음을 참습니다.

<정리 구교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