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년 시절과 청년 ‘월남전 참전’ 이야기

간절히 바라는 것 하나 있다면

‘기회 균등과 형평의 원칙’ 중요

아직도 ‘전선 악몽’에 깜짝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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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관! 저런 놈을 다 봤습니까?

무슨 전투였던지 전투 종료하고 귀대 하자말자 중대장께서 나를 중대 본부 서무계로 발령을 내고 부대 지휘하에 2박 3일 나트랑 휴양소로 휴양을 떠났다. 나는 꼼짝없이 잡혀 서무계 일을 보게 되었다. 대대에 ‘특등사수’ 명단보고서 제출도 하면서…. 그러나 나에게는 전선에서 서무계 일은 흥미가 없었다. 중대장께서 귀대하자마자 나는 건의를 했다.

“중대장님 저 소총수로 다시 보내 주십시오” 그러자 “이런 놈을 다 봤나” “너 여기 있으면 안 죽고 좋찮아?” “아닙니다. 저 여기 전투하러 왔지 사무 보러 온 것 아닙니다.” 그래도 중대장께서는 한사코 중대 본부 근무를 하라는 것이었다. “너 왜 그래, 행정 보면 안 죽고 좋찮아?” “아닙니다.” 차마 국가 충성심 때문이란 말은 못하고, “전투하고 귀국해야 친구들하고 할 얘깃거리가 많습니다.”라고 변명도 해 봤다. 비로소 “그래? 부관 이리와 보세요. 저런 놈을 다봤습니까?” 그러시자 부관 박 대위께서(육사 출신) “놔두십시오. 저도 대대에서 저런 놈을 하나 봤습니다.” “그래요” 그러시더니 우리 1소대장을 무전기로 호출하였다. “이놈을 다시 데려가세요. 전투하겠데요.”

소대장은 날 데리고 가면서 “김 병장!” “예” “너 교회 믿지?” “아닙니다.” “뭐가 아니야 임마” “너는 죽으면 안 돼”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안 되어 1년 연장근무 들어간 나를 귀국시켜 버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지 않았으면 나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다. 그것도 다 운명인 것 같다.

내가 귀국하던 날 소대장께서는 매복작전 나가시면서 전령에게 김 병장 귀국 박스 만들어 달라고 지시하셨다. 나는 사양하고 더블빽에 기준 피복만 넣어가지고 귀국하였다. 부산항에 귀국하고 보니 뜻밖에 상무대 법무참모(현 군사법원장) 임선규 고모부께서 마중을 나오셨다. 아버지께서도 동생과 함께 마중 나오셨는데 그때 그 감격을 시인이 아니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고향에 도착하니 온 동네 사람 다 모여 안 죽고 살아왔다고 밤새도록 잔치가 벌어지고 난리가 났다. 그 시절은 나라가 워낙 가난하여 커피가 없었다. 월남에서 더블빽에 몇 봉지 넣어 온 커피를 물을 얼마를 넣고 끓였는지 양동이에 가득 담아 사발로 막걸리 마시듯 나누어 마시면서 아주 신기해 했다. 나는 상무대 군법 회의실에서 근무하다 군 복무 35개월 만에 제대하였다.

나의 一生, 국가에 충성하고 광주 5•18 사건으로

공권력에 인권유린 당하고 …

197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하여 1979년 원인 모를 폐결핵에 걸려 ‘법정 전염병’이라 하여 강제휴직을 당하였다. 폐에 공동 2개가 생겨 각혈이 심각하였다. 1980년 5•18 광주민중항쟁이 일어났고, ‘국보위’가 생겨났다. 각고 끝에 폐결핵이 완치되어 복직신청 할 무렵 ‘국보위 지시’라면서 전 직원 일괄사표 받아 하필 고통받고 있는 환자를 짤라버렸다. 농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500만 농민을 위해 어느 직원보다도 충실히 봉직했는데 참 기가 막혔다. 그 후 나는 80년대에 4인 가족을 이끌고 서울에서 막 노동을 하면서 살았다.

그러다가 ‘노태우 정부’ 들어서 복직을 시켜 주었다. 농협에서는 복직이 아니라 특별채용이라 하여 근속연수 기산일을 복직 날부터 산출하여 강제해고 당시 동일 직급, 동일 호봉이었던 동료 직원보다 월급, 보너스, 진급, 퇴직금 부분에서 여러 가지 불이익을 주었고 퇴직금도 미미했다. 진급 불이익은 가장 마음 아픈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국보위 강제해고로 인한 우리 가족의 피해와 고통은 일제 강제동원 징용자의 고통과도 같았다. 조국으로부터 인권탄압을 받아 본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는 것 하나 있다면 이 나라 모든 권력자, 모든 직장 책임자, 모든 국민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기회 균등의 원칙과 형평의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 주기 바란다.

요즈음은 젊어서도 그랬지만 월남 전선에서 겪었던 일들이 악몽으로 나타나 자다가도 깜짝깜짝 놀라 일어나고, 잠을 못 이루고 공포감에 휩싸인다. 혼자 있고 싶고, 맨날 누워 있고 싶고, 사람도 싫다. 자식들도 아빠를 ‘공경’으로 대해 줄 수 없는지 맨 짜증으로 대하니 싫다. 집사람은 68세 할머니가 야간에 밤잠 못 자고 식당 일을 해서 그랬겠지만 남편 대하는 태도가 퉁명스러워서 싫고, 죽고만 싶다. 차라리 월남전에서 총각 때 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집사람이나 자식들 보고 서운해 할 수도 없다. 아빠가 무능해 시집 장가를 못 보냈으니 어찌할 수가 없다. 아들은 45살, 딸은 40살. 시집 장가 못 보냈으니 아빠가 얼마나 원망스럽겠는가! 더군다나 68세 엄마를 고생시키니 아빠 편에 설 수가 없겠지! 그러나 나도 원망이 있단다.

너희 아빠는 국가에 충성을 했으면서도 국가로부터 피해를 입고 타인으로 인하여 재물을 잃고 가난하고 무능한 사람이 된 것을 어쩌란 말이냐!

김동환 시인의 시(詩)처럼 나에게는 ‘웃는 죄’밖엔 없단다.

웃는 죄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 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주고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지요

내일 평양성에 해 안 뜬 데도

난 모르오, 웃는 죄 밖에 …

- 누가 5•18을 일으켰나

누가 일으키라고를 했나

왜 가만있는 사람 고통을 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