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은 기
 경영학박사/ 전)중앙공무원교육원장(제24대)
"운 좋은 사람은 당할 수가 없다"
  세상을 살다보면 정말 운이 좋은 사람들이 있다. 트럼프를 보라. 해리스 후보와 피를 말리는 선거유세전을 하는 동안 암살자의 저격을 받았는데 총알이 귀를 스치고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트럼프는 피 묻은 귀를 잡고 한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쥔 제스처를 취했다. 누가 보아도 '올해의 사진' 감이다. 지지자들은 하늘이 돕는 인물이라고 환호하였다. 실제로 이 사건이후 트럼프의 지지율이 올라갔다. 이걸 선거캠프에서 연출했겠나? 운명의 장난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길흉을 운이라고 한다. 인간에게 운이 작용하는 것은 오래된 일이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운칠기삼(運七技三) 이란 사자성어가 내려왔을 것이다.
  옛날 중국의 한 선비가 과거를 보면 번번이 낙방하였다. 나보다 실력이 없는것 같은 사람들은 합격을 하는데 계속 낙방을 하여 패가망신을 당하게 되자 옥황상제에게 그 부당함을 따지게 되었다. 옥황상제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에게 술내기를 시키고 만약 정의의 신이 술을 더 마시면 선비의 말이 옳은 것이고 운명의 신이 더 마시면 세상사가 그런 것이니 더 이상 따지지 말라고 하였다. 선비도 동의하였다. 내기 결과 운명의 신은 일곱 잔을 마셨고 정의의 신은 세잔밖에 마시지 않았다.
옥황상제는 세상사가 모두 정의에 따라 정해지는 게 아니고 운도 작용하는 것이니 더 이상 불평하지 말라고 꾸짖었다. 또한 하늘의 운이 모든 것을 정하는게 아니라 그래도 3할은 인간에게 맡겼으니 고마운 줄 알고 이를 잘 활용하라고 말했다.
  인간에게 주어진 게 5할 정도라면 좋겠는데 왜 하필 3할일까? 어쩌겠는가. 운칠기삼 고사에 나오는 옥황상제는 하늘을 말한다. 하늘이 그렇게 정했다니 더 이상 따지지 말라는 이야기 아닌가?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니 운명의 신이 정의의 신을 가지고 노는 듯하다. 여야를 불문하고 온갖 비리와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국회의원 되어 적반하장 큰 소리를 치고 있다. 이런 정치인들에게 아부하며 이권을 챙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가짜뉴스와 신기술을 악용하여 큰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 착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나 성실한 사업가, 농어민들이 보면 복장이 터질 일이다.
  기업인들의 송년모임에 초청강의를 다녀왔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인들이 다수 참석하였다. 이 분들에게 신년 경제 전망과 新경영 트렌드를 강의하고 왔다. 기분 좋게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한마디 한다.
"그 분들은 당신 말을 안 듣고도 이미 큰돈을 벌었어요. 이론 대로하면 당신이 큰 부자가 되어야 하는데 신기하네요"  
  하늘이 정하는데 어쩌겠는가? 그래도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3할을 관리할 생각이다. 이 나이에 연구하고 글 쓰고 강의하면 좋은 인생 아닌가? 오늘은 집에 있는 가장 작은 술잔 두개를 꺼냈다. 엄지 손가락만한 앙증맞게 생긴 잔이다. 먼저 '정의의 신' 잔으로 한잔, 다음에는 '운명의 신' 잔으로 한잔 주거니 받거니 딱 열 잔을 마셨다.
  혹시 아나? 어차피 3할은 내 몫이니 운명의 신이 조금만 도와주면 신년 행운은 5할은 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