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동산에서/붉은 아오자이(7)/우형옥 국방전우신문 이사/국가유공자


실존(實存)의 기본 조건은 살아서 일등의 인생기록을 남기는 일이다.
  ｢붉은 아오자이｣에서 시인은 이러한 삶의 철학을 군(軍)생활에서 더욱 깊이 있게 음미해 보려는 자세가 엿보인다.
  보통 삶의 생활 속에서 ‘우등’과 ‘일등’ 이야기는 많이 해오고 들어오지만 ‘특등’은 좀체 듣기 어려운 일인데, 시인은 꼭 ‘특등’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 있으며 그것은 사격솜씨로, 나의 생명을 갈라놓는 중대한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시 속에서 강조하고 있다. ‘특등’이 안 되면 나는 죽는다. 바로 최상의 집중력으로 ‘특등’이 되지 않으면 나는 순간에 저 세상으로 가기 때문이다. 시인은 생활의 힘든 연속근무에서도 그것을 ‘명사수’로 표현하며 강조한다.
                               
                              사 격
      저녁에는 매복을 나가더라도 낮엔 호랑이 소대장에 끌려
      훈련을 해야 한다


      쏘기 찌르기 지뢰탐지 매복 그중에서 제일은 사격이다
      사격에서 불합격하면 대가(代價)는 항상 호된 것
     
      몽둥이찜질을 받을 찰라에 때맞춰 허공을 날아가는
      산 새 한 마리
      소대장이 단 한발로 쏴 맞췄다


      모두들 명사수라고 함성을 올리자
      오늘의 몽둥이찜질은 내일로 미룬다고 -
                       


  시인은 특등사수 명사수로 정글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와 글을 썼다. 실존의 기록을 모아 후대(後代)에 전해준 이야기이다.
논산, 오음리, 기타 부대에서 파월 전 모범교육을 받은 용사들은 지금도 특등 명사수의 솜씨를 보일 수 있다고 만나면 자랑한다. 정글부대 어디서든 용사들은 모범생들이었다.
  시인은 주월 사령관님의 지휘지침을 열심히 실행하며 군 생활을 해온 용사들임을 강조하고, 사령관님의 ‘지휘 지침’에 대해 감사의 마음으로 글을 올린 이야기도 올려놓고 있다.
  시인은 전쟁터 주변 환경에 대해 ‘선풍기’를 주제로 이렇게 소개했다.


                               선 풍 기
     
      더위 피해 막사 위에 자다 중대장님에게 걸리면
      소대장까지 불려나가 곤욕을 치른다.
      예측할 수 없는 시간에 박격포탄 대여섯 발
      날아오기 때문이다.


      한 달 전 초소에 명중해 보초병이 까무러치고
      식당에서 잠자던 함 상병은 파편에 맞아
      한발을 절룩거리며 다녔다.


      아무리 참을 수 없는 더위라지만
      냉장고나 선풍기는 필요치 않다.
      전기라고는 후레쉬 뿐이니까
       
  ‘추억의 동산’에서 시인의 글을 만나면 전우들의 그리움, 애국열정, 고국의 생각과 가정 생각 등 모두가 하나의 일로 몰려온다.
  지난해가 월남참전 60주년이고 을사년 새해가 참전 61주년, ‘해외파병용사의 날’도 3주년을 맞는다. 참으로 감개무량한 세월의 이야기들이 가슴을 더욱 아리게 한다.
  여생(餘生)이 얼마 남지 않은 전우들의 생활과, 특히 유족(미망인)들의 생활이 너무 어려운 현실을 정치 지도자들은 잘 살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파월용사들의 한(恨)이 식지 않고 있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