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참전 안양지회 오음리 순례 행사

“우리 세대 떠나면 누가 여길 지키나

지금도 혼란한데 모두 큰 힘 모아야”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안양시지회(지회장 이근호)는 23일 임원과 전우 회원, 유족회(회장 오월순) 등 120명이 참여한 가운데 파월용사의 정신적 유산인 강원도 화천군 오음리 참전기념관을 비롯한 지역 순례행사를 진행했다.

출발에 앞서 최대호 안양시장은 준비현장으로 이근호 지회장을 방문하고 “지난 번 이근호지회장께서 ‘이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신 전우들에게 더 많은 위상을 높여주는 일을 해주셔야지 하지 않겠습니까’ 한 말씀 저도 공감하고 적극 응원하겠으며 무사일정을 바란다”는 인사가 있었다.

이날 회원 전우들은 전적지 답사 때와는 달리 애국 혼(魂)을 가슴 깊이 담은 가운데 오전 8시30분 오음리로 향했다. KBS의 월남참전용사 폄훼방송 <사건>이후 무거운 마음을 잠시 안정시키려는 듯 전우들은 창 밖 만을 응시하며 침묵 속에 일관했다. 지금 차가 달려가는 오음리는 우리가 월남전참전에 앞서 현지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놓은 훈련장에서 체력과 정신을 단련하며 오직 보리 고개를 넘기고 국민생활과 나라발전만을 생각하며 파월 전 땀을 흘렸던 곳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 우리는 운이 좋아 살아왔고 5,099명이 전사한 그 역사의 출발점이 오음리로, KBS 방송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만이 미어지는 순간이다.

이근호 지회장과 전우들은 먼저 광장 위 추모동산에 우뚝 세워진 월남파병용사 추모비 앞에 모여 추모의 예를 올렸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1절, 그리고 월남에서 전사한 국가영웅들에 대한 묵념이 깊은 산골 침묵으로 이어졌다.

이근호 지회장은 인사에서 “안양시 최대호 시장님의 지원으로 오늘 전우들은 아주 귀한 발걸음으로 이곳까지 이동하여 국가영웅들을 추모하고 그 위업(偉業)을 기리며 58년 전 그 당시의 추억에 잠기며, 옆의 전우들 얼굴을 보니 더욱 마음은 아프고 쓸쓸한 가운데 애국의 정을 갖는 일이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며 “이제 여생도 얼마 남지 않은 이때에 한(恨)만이 서려오지만 우리는 국가영웅들로 끝까지 자유 민주국가를 지키며, 특히 유가족(미망인)의 보살핌에 잠시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보훈가족 보살핌’을 강조했다.

추모식이 끝난 후 일행은 이근호 지회장을 선두로 베트남 구찌터널과 구조가 똑같이 만들어진 터널 현장으로 향했으며 이어 야외훈련장과 막사 현장 답사의 길에 나섰다.

 구찌터널

오음리 현재의 터널은 베트남 구찌터널을 실제 6회 답사 후 거의 정확히 리모델링되어 만든 터널로 현장 것과 거의 일치한다. 원래 구찌는 당시의 사이공시에서 1시간 정도 외곽으로 나가면 있는 마을로 제일 먼저, 그리고 제일 많이 다이옥신이 뿌려진 마을이다. 프랑스와의 전쟁 때부터 부녀자 보호를 위해만들어진 터널은 베트남 전국으로 이어져 길이만도 450km에 이르고 있으며 이곳의 터널은 그 축소판의 모습이다.

터널은 산소도 필요해 외부 불개미 집에 대나무를 박고 소통의 방법을 마련, 전혀 발견되지를 않고 내부생활이 완벽히 이뤄지도록 만들어졌으며, 당시 사이공 시내 대통령 독립궁 아래엔 구찌터널과 연결된 베트콩 사령부가 있었다는 가이드 안내도 있었으나 확인된 것은 아니다.

 백 호랑이(白虎) 박제모습

1969년 백마부대에서 잡아 박제를 만들어, 당시 사령관 실에 보관되어 온 것을 후에 화천군에 기증, 이것이 다시 전시관에 기증된 것으로 해설자는 전한다. 오음리는 바람이 많아 ‘바람 버뎅이 마을’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백호랑이의 기(氣)가 이를 막아서는 것은 아닌지 아주 흥미로운 모습이다.

 수복지구의 애환

원래 화천 오음리는 625전쟁 전엔 북한 땅이었으나 치열한 전투로 우리 지역이 되면서 이에 얽힌 애환도 많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광장의 ‘형제 동상’이야기가 흥미롭다. 군인 형이 전쟁터에서 만난 인민군 동생을 안고 있는 동상의 실제 이야기가 이곳에서 있었던 일이라는 설명이다. “전쟁에 대해서는 서로 양면을 보며 이해해야 한다”는 해설자의 설명이 있었다.

 당시의 마을 이야기

파월용사 훈련 당시 바로 밑에 위치한 오음초등학교는 그대로 있으나 간동성결교회는 아래로 이동했고, 삼거리 파출소와 산약속춘원돌다방 등 8개의 다방은 지금 추억의 향수만 남기고 사라졌다. 삼거리에서 커브를 돌아 옛 부대자리로 이동하면 논을 등진 훤한 곳에 말(馬) 동상이 있는데 옛 기마대가 있던 곳이다. 조금 더 진행하면 헌병 위병소 자리가 남아있고 광장엔 야외극장 자리와 숲속에 막사 2개가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 단체 숙소는 전시관 옆 내무반(숙소) 사용이 가능하나 코로나로 현재 사용은 어려운 형편이다. 내무반 입구에는 ‘노을이 있는 쉼터’가 있어 향수를 달래준다. 글/사진 김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