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고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 FREEDOM IS NOT FREE -

정 택 수 국방전우신문 논설위원

1. 이태 전에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전쟁기념비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이 기념비는 625전쟁에 희생한 참전용사를 기리기 위해서 만든 곳으로서 입구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다. ‘전혀 모르는 나라 한 번도 만나 본적도 없는 한 나라(한국)를 지키라는 국가의 부름에 응했던 아들 딸 들에게 경의를 표 합니다’ 가운데 원형에는 참전국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미군과 UN군 별 희생자의 숫자에는 전사자(UN 628,833명 미군 54,246명), 부상자(UN 1,064,453명, 미군 103,284명), 행방불명자 및 포로 자 별로 새겨 두고 있는데 모두 엄청난 숫자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그 전면에 큰 글자로 이런 글이 새겨져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FREEDOM IS NOT FREE-’이 문장을 보고 이 글을 새긴 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필자는 이를 두 가지로 받아드릴 수 있는데 첫째는, ‘피를 흘려 지켜준 대가를 능력이 되면 갚아라’ 라는 것이고 둘째는, ‘그때는 (너희들이)능력이 되지 않아 (우리가)도와줬지만 이제 능력을 갖춰 도움이 필요 없게 되어라’ 라고 해석되었다. 전자의 문제는 우리가 그동안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통해 남을 도와줄 능력이 어느 정도 되어 이번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통해 참전국 용사들에게 방역용품을 선물한다든지 또는 참전국인 필리핀,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에게 군함 등의 군수 장비를 값싸게 불하하거나 경제원조 등을 통해서 은혜 갚음을 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후자의 질문에 대한 응답이다. 과연 우리는 자주국방의 능력이 되어 있는가? 이를 위해서는 그 당시의 전쟁수행 능력과 지금의 능력을 분석하고 비교해야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백선엽 장군이 쓰신 ‘군과 나’의 자료를 중심으로 비교해 볼까한다

2. 1950년 6월25일에 시작되고 1953년 7월27일에 휴전이 이루어져 3년 1개월에 걸친 한국전쟁은 대략 4개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첫 번째 단계는, 북한군의 남침단계로서 이들 북한군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병력(2배)과 장비로(전차, 자주포, 곡사포 등) 사흘 만에 서울을 점령하고 한 달 만에 낙동강 방어선에 도착한 단계이다(‘50.6.25-7월말) 이 단계는 우세한 적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힘들기 때문에 미군을 위시한 UN군이 도착해서 새로운 전선을 형성할 때까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 두 번째 단계는, 천연장애물인 낙동강 방어선 사수단계로서 마산, 창녕, 왜관, 의성, 영덕에 이르는 전선을 한국군 5개 사단과 미군 3개 사단이 합동으로 방어한 단계로서 마산에서 왜관까지는 미군이, 왜관에서 영덕까지는 한국군이 담당하였다.(8월초 9월 중순) 이 단계는 인천상륙작전과 같은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기 전까지 적은 인원으로 최대한 전선을 좁힌 방어선을 이용하여 핵심 도시인 대구와 부산을 보호하는 단계였다 대구의 관문인 왜관 다부동이 이 단계에서 최대 격전지가 되었다. 이 단계부터는 인원과 전투장비가 제대로 보급되고 공중에서의 지원이 이루어져 비교적 대등한 전투가 가능해 졌다.

- 세 번째 단계는, 북진단계로서 ‘50년 9월15일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자 16일 오전 9시 국군은 일제히 공격을 개시하였고 1사단은 다부동 전선에서 3일 만에 적군 주력 3개 사단(1,3,13사단)을 궤멸시키게 된다. 북괴군은 주력부대 3개 사단이 여기에서 파탄되는 바람에 사실상 ’53년 7월의 휴전 시까지 재기불능의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되었다. 9월18일 서울 수복과 동시에 낙동강 전선의 한미 연합군이 별다른 저항 없이 북진하여 10월 초에 38선을 넘게 되었고 10월19일에 평양을 점령하고 압록강으로 향하였으나 10월 25일 중공군의 개입으로 북진이 중단되었다

- 네 번째 단계는, 중공군의 개입단계이다. 무력해진 북한군으로 압록강이 위험해지자 중공군은 9개 군 30개 사단 60만 대군이 압록강을 건너 참전하게 되었다(UN군 11만). 앞의 3개 단계가 4개월만이었다면 중공군의 개입 후 ‘53년 7월27일 휴전까지는 2년9개월로서 한국전쟁의 대부분의 기간은 중공군이 개입한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영국 등 일부 유엔군의 참전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전쟁은 중공군, 미군, 북한군 및 한국군 등 4개 국가의 전쟁이라 할 수 있다

- 10월 25일에 시작된 중공군 1차공세로부터 ‘53년 7월13일의 최후(7차) 공세까지의 일진일퇴의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되었다. 그 와중에 3차 공세에서는 UN군이 크게 밀려 서울이 함락당하고 안성까지 밀리는 1.4후퇴가 있었으며 곧 복구하여 휴전 시에는 지금의 휴전선으로 전선이 확정되었다.

- 전쟁의 양상을 살펴보면 제해권과 제공권을 상실한 체 화력은 약하지만 군인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중공군이 야간을 이용한 이동과 인해전술을 이용한 공격을 전개하였으며, 미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투력이 약한 한국군을 집중적으로 공격, 돌파, 우회하여 미군을 포위하는 작전을 구사하였다.

- 이 과정에서 11월 25일 중공군 2차공세의 청천강 유역 전투에서 국군 2군단 7사단과 8사단이 와해되었고, ‘51년 5월16일의 6차 공세 (2차 춘계공세)의 현리 소양강 유역전투에서 국군 3군단의 3사단 9사단이 궤멸되는 치욕을 겪게 되었다.

- 뜻하지 않게 북한군의 남침에 의해 시작된 전쟁에서 국가를 지키기 위해 우리 국군은 열심히 싸웠지만 중공군으로부터 약군으로 취급당해 수없이 공격당하는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국군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3. 개전 당시 우리나라 국군은 정부 수립 후 2년도 되지 않은 신생국의 국군으로서 세 가지 큰 결점을 가지고 전쟁을 맞게 되었다. 첫째는 훈련미숙, 둘째는 장비부족, 셋째는 지휘능력 결함이었다.

- 우선 북한군과의 군사력을 비교해보면 다 같이 신생국 출신이기 때문에 훈련이나 지휘능력에는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나 장비와 병력 수에서 압도당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탱크를 막을 장비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 뿐 아니라 우수한 미군조차도 스미스부대의 오산전투나 딘 장군의 대전전투 또한 북한군에게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비가 제대로 공급된 낙동강 전투에서는 대등한 공방이 가능했음을 볼 때, 우리와 북한군은 전투력에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 그러나 국공내전을 겪으며 전쟁능력을 쌓은 중공군이나 2차 대전을 겪은 미군과 비교할 때 지휘능력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군은 이제 막 편성된 군대로서 김홍일 장군과 같은 사단단위 군단단위 전투경험을 쌓은 고급장교가 전무한 상태였다 소위 말하는 군인 집단 사회가 쌓아둔 고유의 전쟁 노하우가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면 전쟁 중 두 분의 참모총장이 모두 젊은 30세(정일권  백선엽)였다.

- 이러한 부대 전투능력 향상 계획은 와해된 사단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립되었다. 즉 와해된 3사단에 병력과 장비를 보충하고 그냥 전방에 투입해봐야 전투력 향상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군은 ‘51년 7월에 중공군과의 전투가 소강된 기간에 맞추어 한국군 집중훈련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했다. 이 계획의 개요는 야전훈련사령부를 설치하고(단장 미군 준장), 훈련경험이 있는 미군 장교와 하사관 150여명을 훈련담당으로 하여, 일정한 장소(속초)에 1개 사단 전 병력을 훈련생으로 하여 9주간에 걸친 기초훈련으로 병사 개인 훈련부터 분대·소대·중대훈련을 백지상태에서 새로 시작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사단장 이하 전 장병이 훈련에 참가하였으며 훈련 후 소정의 시험에 합격하면 전방에 투입되는 것으로 하였다. 이 과정을 거쳐 3사단이 전방에 투입되었고 전투중인 각 사단은 차례로 훈련을 거쳐 이듬해 말까지 10개 사단이 모두 훈련을 마쳤으며, 훈련을 거치며 전투 중 손실된 인원과 장비를 100% 보충 받아 전방에 재투입 되었다, 훈련 후 투입된 부대의 전투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중공군과의 실전에서 그 능력이 제대로 발현되었다고 한다.

- 이 방법은 부대단위의 “ON THE JOB TRAINING”라고 할 수 있겠는데 2차대전 후 밴플리트 장군이 그리스에서 대 공산 게릴라 전투를 수행하는 부대를 대상으로 훈련을 실시하여 큰 실적을 올린 훈련방식이라고 한다. 휴전 후에는 미군과 UN군이 철수해야하기 때문에 이들이 맡았던 전역을 담당하기 위하여 10개 사단, 3개 군단 및 군사령부 창설 시에도 이와 유사한 훈련을 통하여 창설하였다고 한다.

- 휴전 후 10여년이 경과하여 월남전 파병과 관련하여 한국전쟁에 참전하였던 미군인사들 중에서는 전투력이 약했던 한국군을 기억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인사가 있었다지만 실제로 월남전에서 큰 공을 세우는 것을 보고는 믿을 수 없다고 하였다는데 이는 한국군이 받은 훈련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 이제 우리나라는 북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시현하였고, 이 경제력을 이용하여 각급 군사 장비를 개발 확보함으로써 우리 국군의 전투력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군사력 평가기관인 GFP 발표에 의하면 ‘21년 현재 우리나라의 군사력순위는 전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6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비록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에 속하는 러시아(2위), 중국(3위) 및 일본(5위)에 둘려 싸여 있고 독도나 이어도 같은 영토문제로 지속적으로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결코 밀리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 또한 이락,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등 각국에 평화유지군으로 참전하여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고 그동안 우리가 UN군의 도움을 받았던 만큼 그 갚음을 하고 있으며, 또한 그 경험이 우리나라 군의 전투력 향상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